굿바이! 개도국의 흔적… 공공차관 9년뒤 전액 상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상환기간 길고 이자율 낮아 한국 경제발전 자금줄 역할

장충체육관, 노량진수산시장, 부산항, 영동고속도로, 경주 보문단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계은행(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들여온 공공 차관(借款)으로 건설됐다는 점이다.

1980년대까지 공공차관은 한국 경제개발의 가장 큰 외자(外資) 젖줄이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을 세울 때 정부는 ‘공공차관을 얻어올 수 있느냐’부터 고려해야 했다. 정부 보증으로 돈을 빌리거나 증여받는 공공차관은 상업차관보다 상환기간이 길고 이자율이 낮아 개발도상국으로선 가장 효과적인 자금줄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 개발의 자금원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공공차관이 2021년에 완전히 상환된다. 기획재정부가 3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10억1700만 달러(약 1조1288억 원)인 공공차관 잔액을 2021년까지 모두 갚을 계획이다.

한국의 공공차관 잔액은 1966년 6000만 달러에서 1979년 11억2000만 달러, 1982년 18억6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후 수출 증가로 차입규모가 줄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차입 등이 늘어나 1999년에 39억1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민간이 유치한 해외자본이 공공차관을 대체하며 차관 잔액이 급속히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1700만 달러인 공공차관 잔액은 2015년 2820만 달러, 2016년 1680만 달러로 감소하고 2021년에는 ‘0’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남은 공공차관은 1998년 IBRD에서 빌린 뒤 갚지 않은 자금 4억7400만 달러, 경부고속철도 차량 등의 도입업체로 프랑스 알스톰이 선정돼 프랑스에서 들여온 차관 3억5000만 달러 등이다. IBRD 차관은 내년에, 알스톰 차관은 2014년에 모두 갚는다.

재정부 관계자는 “1994년 1인당 국민소득이 4080달러를 넘어서면서 ‘원조성 차관’은 더이상 들여오지 않고 있으며 잔액도 2009년에 모두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미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원조 공여국’이 됐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공공차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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