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한샘회장 “가구공룡 이케아 진출 그냥 둘건가”

  • 동아일보

■ 최양하 한샘회장 “마트 휴일영업 규제하면서…” 쓴소리

최양하 한샘 회장은 “이케아란 공룡의 등장이 국내 군소 가구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샘 제공
최양하 한샘 회장은 “이케아란 공룡의 등장이 국내 군소 가구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샘 제공
건설경기 침체에 내수 불황까지 겹치면서 국내 가구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 기업 이케아(IKEA)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 되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종합가구업체 1위인 한샘 최양하 회장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가구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영세업체 보호’ ‘상생’을 내세워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은 규제하면서 매장 한 곳당 연간 15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가구 공룡’은 그대로 둘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연 매출 40조 원을 올리는 이케아는 2014년 개장을 목표로 경기 광명역에 7만8198m²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점포인 상하이 푸둥점(5만 m²)보다 훨씬 큰 규모다. 가구업계는 이케아가 한국에 적어도 3∼5곳의 매장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매출을 다 합치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의 매출액(7093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한샘 같은 선두 업체 역시 어느 정도 위협을 받게 되겠지만 국내 가구업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군소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나마 한샘은 고객이 원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철저한 시공 서비스 등 DIY(Do it Yourself) 중심의 이케아와 차별화되는 무기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샘은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케아의 시장 진출에 대비해 인력을 확충하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등 몸집 불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덕분에 매출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최 회장은 “매장 대형화, 온라인사업 강화 등 어려울 때일수록 성장전략을 쓰는 게 한샘 방식”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익성도 고려해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저가를 내세우는 이케아를 감안해 가격경쟁력에도 계속 중점을 둘 방침이다. 최 회장은 “한샘도 고가(高價) 정책을 고수하던 때가 있었지만 시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케아든 자라든 H&M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요즘 각광받는 브랜드들의 핵심은 결국 고품질 최저가”라며 “상대적으로 가격 거품이 여전한 일부 국내 가구 브랜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한편 최 회장은 “단순한 가구회사가 아니라 인테리어, 건자재까지 통합해 ‘공간’을 파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며 “중국 리테일 시장 진출 시기도 조율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1994년 한샘 대표이사가 된 뒤 현재까지 한샘을 진두지휘하는 가구업계의 보기 드문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1973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 근무하다 1979년 한샘에 합류했고 2009년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최양하#이케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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