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 “기업들에 필요한 건 더 적은 소송, 더 많은 혁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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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레 국제전기통신연합 사무총장 방한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시간을 써야지, 법정에서 다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준비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할 얘기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한 견해로, 투레 총장은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이 얘기를 꺼냈다.

그는 두 회사 간의 소송을 언급하면서 “지식재산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혁신을 더 촉진할 수 있는 규칙도 필요하다”며 “더 적은 소송, 더 많은 혁신, 더 많은 협력이 훨씬 건전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원론적인 얘기처럼 보이지만 미국 특허소송 배심원 평결 직후 삼성전자가 “혁신 노력이 좌절됐다”며 아쉬워했고, 애플은 “지식재산권이 지켜진 걸 환영한다”고 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삼성전자 측을 옹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ITU는 다음 달 10일 스위스 제네바 ITU본부에서 특허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특허원칙을 다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ITU는 유엔 산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기구로, 주파수와 위성궤도 관리 등의 업무와 더불어 전기통신관련 기술 표준 개발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ITU는 그동안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특허(RAND)’라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특허소송을 보면 삼성전자의 통신 관련 특허는 RAND 원칙에 따라 법정에서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고, 애플 측의 디자인 관련 특허는 모두 인정됐다.

투레 총장은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ITU 멤버였지만 애플은 지난주에야 가입했다”고 말해 삼성전자가 이번 소송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특허 라운드테이블은 이런 RAND 원칙이 과연 변화하는 산업 현실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는지를 되짚어보자는 뜻에서 열린다.

투레 총장은 1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2014년 부산 ITU 전권회의의 성공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는 부산을 찾아 준비 상황을 둘러보고 ICT 관련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을 만날 예정이다.

투레 총장은 “한국은 ICT 관련 지표에서 지난 10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며 “ITU 전권회의는 세계 ICT 기술의 향후 방향을 정하는 궁극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2014년 행사는 일종의 ICT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기업#아마둔 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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