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등 트리플A도 줄줄이 떨어졌는데 한국만 홀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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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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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1 → Aa3 상향… 사상 최고수준으로


그래픽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그래픽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이번 무디스의 등급조정은 단순히 신용도가 한 계단 오른 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수준이 완전히 업그레이드됐다는 뜻이다.”

27일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당국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점심시간(한국 시간) 무렵 날아든 등급 상승 소식은 주무 부처인 재정부 국제금융국조차 발표 30분 전에 알았을 정도로 예고 없는 낭보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랐다. 솔직히 지난해 말 등급 전망을 높였던 피치가 무디스보다 먼저 등급을 올릴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등급 상향조정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미국 프랑스 등 기존 ‘트리플A’ 국가들이 줄줄이 최고등급을 반납하는 와중에 나온 ‘나 홀로 상승’이라 의미가 더 크다. 또 최근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이 경제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승함에 따라 한일 갈등으로 금융시장에서 제기되던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세계 경제 하락 속의 ‘나 홀로 상승’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A레벨’(무디스 기준 A3 이상) 국가 중 3대 국제 신용평가사를 통틀어 신용등급이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반면 지난해 8월 미국을 시작으로 상위 등급을 꿰차고 있던 선진국들은 잇따라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올해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의 신호탄은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국가들이었다. 연초부터 신용평가사들은 채무위기와 구제금융 압박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스페인의 등급을 2, 3계단씩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월 최고등급인 프랑스를 ‘AA+’로 끌어내렸고 무디스는 독일과 영국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높은 정부 부채로 시름하는 일본도 5월 피치로부터 ‘AA’에서 ‘A+’로 등급이 두 계단이나 강등되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 한국은 이런 흐름을 극복하고 오히려 무디스로부터 사상 최고등급을 받는 등 등급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피치도 지난해 11월 한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려 조만간 무디스를 따라 한국의 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 리스크에 유난히 비중을 크게 두는 S&P는 2005년 이후 한국의 등급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무디스의 발표가 이런 분위기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등급을 올리면서 ‘북한리스크’의 감소를 언급했다. 무디스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 개막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또 양호한 재정 덕분에 비상시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한국 정부에)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 자금조달 금리 낮아져

한국의 등급상승은 국가신인도와 대외차입 여건 개선, 수출 증대 등 다양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은 국가신용등급이 한 계단 높아지면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의 연간 이자비용이 4억 달러(약 454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을 포함해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연이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국채 회사채 등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등급 상향조정을 계기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등급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 급등 같은 단기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차장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진다는 점에서 당연히 희소식”이라면서도 “27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묻혀 크게 반영이 안 됐고 한국의 부도위험 지표도 발표 후 소폭 떨어지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무디스 신용등급#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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