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급증 직후 투자하향 의견 발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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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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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학회 “애널리스트 정보 사전유출 의혹”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공매도 거래자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발생한 한국거래소 코스닥 공시 유출 사건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식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증권학회 등에 따르면 한성대 경영학부 엄윤성 교수는 최근 공개한 논문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하향에 대한 공매도거래 분석’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자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 하향 발표일을 정확히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제조업 기업 관련 거래를 분석한 결과, 애널리스트의 투자 보고서 발표일 직전 공매도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공매도 거래자가 투자의견 발표 직전에 대규모 공매도 거래를 할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공매도 거래가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하향일 직전에 몰리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정보가 사전에 공매도 거래자에게 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주가 하락을 예상해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내려갔을 때 싼 가격으로 사들여 이익을 올리는 매매방식이다. 따라서 공매도 거래자가 투자의견 하향 정보를 미리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공정거래에 속한다. 증권거래법 역시 증권사가 고객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해 특정종목의 거래를 유도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코스닥종목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 하향 발표를 하기 직전 비정상공매도량이 54% 증가했고,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14% 증가했다. 엄 교수는 이에 대해 “공매도 거래자가 스스로 시장을 분석해 공매도 거래를 했다면 보고서 발표 직전에 거래량이 늘어나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며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자와 애널리스트 간의 정보 교환이 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엄 교수의 주장대로 주식시장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간의 유착이 공공연히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법률로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사실상 적발이 어려워 업계에선 관행처럼 용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A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일부 언론에서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경우 펀드매니저에게 투표권이 있다”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면 연봉 등에서 유리한 경우가 있으니 펀드매니저에게 정보를 미리 주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탐방을 함께 가거나 술자리를 함께하며 리포트에 썼던 내용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거나 리포트에 담지 않았던 내용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다”며 “업계에서는 관행처럼 굳어져 이런 일들이 쉽게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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