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너 공백 현실화… ING생명 인수 포기

  • 동아일보

6개월 운영 TFT 해체 결정… 이라크 SOC 참여도 차질 우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 한화가 보험 계열사인 대한생명을 통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ING생명 동남아법인(홍콩 말레이시아 태국)의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ING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3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운영해온 태스크포스팀(TFT) 팀원들에게 계열사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TFT에는 그룹 계열사 및 외부컨설팅 기관에서 온 100여 명이 속해 있다.

TFT는 ING생명 동남아법인을 방문해 현장을 실사한 뒤 5월 입찰 제안서를 제출해 1차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2차 심사를 받던 중 김 회장의 구속이라는 돌발 리스크로 인해 3조 원대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ING생명 동남아법인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모회사인 ING의 공적자금 상환 계획에 따라 매각되는 것으로 국내 보험사가 해외로 진출할 기회였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경쟁에 나선 AIA생명과 매뉴라이프 등 외국계 보험사의 최고위층은 지속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며 “오너가 협상에 참여할 수 없는 한화가 수조 원에 이르는 매물을 인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일형 한화 경영기획실 홍보담당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사업 파트너들이 김 회장의 법정구속에 대해 매우 놀라고 있어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그룹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갖춰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김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이라크의 신도시 사업 추가 수주 및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참여 등은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화는 최금암 경영기획실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룹 경영기획실의 팀장회의는 기존보다 한 시간 앞당겨진 오전 7시에 열린다. 오전 8시부터 계열사 사장들과 경영기획실이 별도로 회의를 진행한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도 그룹 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장 사장은 “1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항소심이 열리면 우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며 “당장 김 회장의 보석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가족 및 그룹 임원들과 면회를 하지 않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한화#김승연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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