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CD금리 대체 방안? 휴가 끝나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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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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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담당자 업계 다급한 처지 외면 한가한 대답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습니다. 논의를 해도 여름휴가 갔다 온 다음에나 해야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체할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해 18일 오전 통화를 한 금융위원회 당국자의 대답이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과는 달리 매우 한가롭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금융계 인사들은 금융위의 후속 조치가 무엇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CD 금리를 대체할 방안과 관련한 금융위의 대응도 궁금해하고 있다.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쪽에서 보면 제 기능을 못하는 CD 금리는 빨리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2년 전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면서 은행의 CD 발행이 급감해 CD 유통시장의 왜곡이 심화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궁금증과 안타까움을 풀어 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위치에 있는 당국자는 이런 다급한 처지를 모르는 듯했다. 이 당국자는 CD 금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단기금리 지표를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이 당국자의 위치는 “내가 실무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된 게 없다고 하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물론 CD 금리를 대체할 방안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이해관계자도 많고 각자의 처지도 다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해 말부터 새 지표를 만들어 보겠다며 나섰다가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해 최근 논의를 중단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기에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여태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 여름휴가를 갈 때까지 아무 논의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태스크포스는 왜 미리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급하게 만들다 졸속 대책을 내놓는다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면 탓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업계가 화들짝 놀란 비상시국에 ‘여름휴가 운운’하는 것은 당국자의 적절한 언행이라고 볼 수 없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



#CD금리#공정거래위원회#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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