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美기업 ‘노동자권리’ 주장하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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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자극이 매출 도움 ‘역발상’ 마케팅전략 일환

“휴가가 고작 47일이라니…. 미친 짓이다. 여름을 돌려받자.”

‘지금 당장 휴가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여성이 사무실 책상 위에 올라가 휴가를 더 많이 달라고 외친다.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노동 운동가의 모습이 아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당국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최근 선보인 TV 광고다.

뉴욕타임스는 실직자가 늘고 노동단체의 회원 수와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노동자의 권리 의식을 자극하는 역발상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고용난 속에선 흔히 “머리를 바짝 숙여라”라는 것이 생존의 처세술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업들이 노동자에게 현실에 순응하지 말고 ‘반란’을 일으키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 그 이면에는 자사 상품의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맥도널드는 프리미엄 치킨 샌드위치 등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당신의 점심을 포기하지 말라”라는 광고 문구를 선보였다. “점심 먹으러 갈 테야”라며 일어서는 여성에게 한 동료는 “점심시간을 갖던 시절은 옛날”이라며 만류하지만 다른 동료는 “더이상 치킨(겁쟁이)으로 살지 않고 치킨을 먹으며 살겠다”면서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기업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의 해리 카츠 학장은 “기업들이 ‘월가 점령’ 시위대가 보여준 상실감을 교묘하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미국#근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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