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DBR-KAMCO 케이스 스터디:④ 선박인수와 해운업계 구조조정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담보가치 떨어진 선박 아예 사주자”… 부실 끊은 역발상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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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해운산업에 큰 충격을 줬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국가 간 교역이 얼어붙었다. 물동량이 줄자 국내외 해운업체 간 경쟁이 심해졌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선박 운임료가 하락했고 이는 해운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해외 상위사보다 규모나 인지도, 운송능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 해운업체의 영업상황은 더 심각했다.

해운업계 부실을 장기간 방치하면 조선과 금융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었다.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실채권이 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운업계 부실이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를 주체로 내세워 지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해운업체에서 선박을 사들여 해당 해운업체에 다시 빌려주는 획기적인 방식이 사용됐다. DBR는 캠코 설립 50주년을 맞아 대표적인 구조조정 성공 사례를 연재하고 있다. DBR 108호(7월 1일자)에 실린 해운업계 구조조정 사례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선박 인수 방법 결정

캠코는 해운업계 구조개선 지원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그리고 선박펀드를 만들어 선박에 자금을 투입하고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을 고안했다. 선박을 인수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우선 구조조정기금이 출자하는 선박투자회사를 만든다. 선박투자회사는 기금이 출자한 자금으로 명목 선주인 특수목적회사(SPC)에 자금을 지원한다. SPC는 금융회사에서 받은 선순위 대출금과 선박투자회사에서 받은 후순위 대출금으로 선박을 매입한다. 이 선박은 해운사에 다시 빌려줘서 용선료를 받게 한다. 해운사는 용선료를 받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한다. 선박투자회사는 구조조정기금에 배당금을 지급해 출자금을 상환한다. 특히 나중에 해운사가 정상화되면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캠코는 명목상 선주인 SPC를 ‘편의치적국’에 세우기로 했다. 편의치적국이란 수수료를 받고 선박 국적을 빌려주는 국가를 말한다. 파나마, 마셜 제도, 몰타 등 전 세계에 40여 개국이 있다. SPC를 편의치적국에 세우는 것은 절세와 인력 관리 및 자금 모집상 편의성 때문이다. 편의치적국에 선박을 등록하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고 어느 국가 출신이든 자유롭게 선원을 모집할 수 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우수한 외국계 은행 자금을 좀 더 쉽게 끌어올 수 있다.

○ 인수가격 산정

선박의 경우 물동량이 많은 경제 호황기에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거래가 줄고 국가 간 수출입이 감소하는 불황기에는 고철값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비유될 정도로 가격이 급락한다. 국내에선 선박 인수에 대한 경험과 사례가 부족해 가격산정을 둘러싸고 이견이 많았다. 캠코선박운용은 세계 6대 선박평가 전문기관 2곳으로부터 평가 보고서를 받아 두 곳의 평가가격을 평균했다. 이어 국내외 회계법인 중 한 곳에서 해당 선박의 사업성 평가를 받고 둘 중 낮은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정했다. 이렇게 산정된 기준가격을 상한으로 해운사와 협의해서 최종 인수가격을 결정했다.

○ 업계의 냉소적인 반응 극복

선박 인수 방법을 결정한 후 가장 우려했던 점은 과연 해운사들이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이자 영업 수단인 선박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매매 방식에 동의하겠느냐는 거였다. 실제 캠코가 선박 매입 방안을 내놨을 때 대부분의 업계 실무자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캠코는 이에 굴하지 않고 선박 매입 방식의 장점을 직접 설명하면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 나중에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집중 홍보했다.

이런 노력을 거친 후 2009년 6월초 신청을 받은 결과 총 18개 해운사가 72척의 선박 매입을 요청했다.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캠코는 총 33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해운사들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박을 매각해 현금을 쥔 해운사들이 이 돈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자산건전성도 높아졌다. 또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박가치 평가모델을 세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기환 한국해양대 교수는 “자국 선박이 해외로 헐값에 매각되는 일을 막고 관련 업종으로의 연쇄적인 여파를 차단해 국내 경제 전체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8호(2012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월마트 성공 비결 ‘공간 철학’

▼ 스페셜 리포트 / Space & Location


월마트가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공간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대형 할인매장은 무조건 대도시에 입점해야 한다는 유통업계의 통념을 깨고, 인구 1만 명 수준의 중소도시라도 100개 정도의 점포를 묶어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면 대도시와 견줄 만한 구매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간과 장소의 효과적 활용은 현대 비즈니스의 필수 성공 요소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사업을 할 때도 풍수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기에 이 부분에 선도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에서는 공간마케팅(space marketing) 등 공간을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한 여러 기업의 사례, 지역 클러스터의 흥망 원인에 대한 통찰, 다양한 공간 이론 등을 소개한다.



핵심역량 단순해야 지속성장

▼ Harvard Business Review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다음 아이디어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제품군을 늘려도 관리비만 증가하고 총매출은 제자리걸음이기 십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10년 동안 업계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나이키, 싱가포르항공, 애플처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초일류기업들을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는 단순하고 반복 가능한 차별화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핵심역량이 단순해야 조직의 DNA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맨 처음 성공했을 당시 도움이 됐던 차별화 요소가 신사업 진출 시에도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온다.
#선박인수#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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