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볼 때마다 화들짝… 서민금융 필요성 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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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쌍쌍둥이 아빠’로 유명한 37세 박주영 서기관

박주영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서기관(가운데)이 첫째 쌍둥이인 아들 성열과 딸 시윤, 둘째 아들 쌍둥이인 재민과 재윤(왼쪽부터)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주영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서기관(가운데)이 첫째 쌍둥이인 아들 성열과 딸 시윤, 둘째 아들 쌍둥이인 재민과 재윤(왼쪽부터)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이 넷을 키우기 전에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도 있는데 금융당국이 굳이 시장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어요. 이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일을 합니다.”

금융위원회의 ‘쌍쌍둥이’ 아빠로 유명한 박주영 서민금융과 서기관(37)의 이야기다. 다섯 살 쌍둥이인 딸 시윤과 아들 성열, 세살 아들 쌍둥이인 재윤과 재민을 둔 박 서기관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서민금융 담당자라는 내 업무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데다 아이들이 어려 사교육비 같은 지출이 아직 많지 않은 자신도 경제적 압박에 시달릴 때가 많은데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신용불량자들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식비가 생각보다 아주 많이 들어 장을 한 번 보고 나면 깜짝 놀랄 때가 적지 않다”며 “과일 몇 만 원어치는 한 끼에 바로 없어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95학번으로 1999년 행정고시 4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행정안전부 인사실을 거쳐 2006년 금융위로 옮겼으며 2011년부터 대학생 고금리 전환대출, 서민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과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 서기관을 만난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 외벌이인 젊은 아빠가 아이 넷을 키운다는 말에 놀라고 자연임신으로 두 번 연속 쌍둥이를 낳았다는 사실에 더 놀란다. 그는 2005년 결혼할 때만 해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두 아이만 낳을 생각이었다. 두 번 연속 쌍둥이를 낳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첫 쌍둥이를 낳았을 때는 주변에서 ‘한 번에 자식 둘을 얻으니 얼마나 좋으냐. 장하다’는 축하와 격려가 쏟아졌었다”며 “두 번째 쌍둥이를 임신하자 ‘어쩌려고 그러냐. 대책이 있냐’는 우려와 걱정만 무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매년 수학능력시험을 풀어 보고 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교육비가 크게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학만큼은 변화하는 교육과정을 놓치지 않고 따라잡아 직접 가르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돈이 많거나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여러 명의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학생 때부터 수학은 자신 있었다”며 “내가 어지간한 수학 강사가 가르치는 것보다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을에 지금 전셋집 계약기간이 끝나는 박 서기관은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새 걱정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아직 집주인은 내가 네 아이를 뒀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애가 많으면 집을 험하게 쓴다고 싫어하는 주인도 있다던데 혹시 재계약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느냐”고 되물으며 밝게 웃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금융위#박주영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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