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가짜 통장’에 공사비용 꿀꺽… 아내에겐 고문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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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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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저축銀 수사 결과로 본 대주주의 비리 백태

지난달 3차로 영업 정지된 4개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저지른 비리는 말 그대로 ‘비리백화점’이었다. 차명으로 대출을 받아 가로채거나 부실한 차주에게 거액을 빌려주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에 속했다. 가짜 통장을 발급해주고 예금을 빼돌리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제 돈’ 쓰듯 했다. 저축은행은 이들에게 ‘사금고’였던 셈이다.

○ 로비 명목으로 금괴와 명화도 챙겨

저축은행 가운데 국내 최대 자산을 가졌던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의 비리는 다양하기 그지없다.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292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회장은 본점 사옥 인테리어 비용을 높게 잡아 회삿돈으로 지불한 뒤 인테리어업체로부터 돌려받는 수법으로 136억9000만 원의 회삿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쓰지도 않은 대출모집 수수료를 지출했다며 58억8000만 원을 지급해 쌈짓돈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업계의 거물답게 임 회장은 스스로 로비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검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게서 시가 3억6000만 원 상당의 금괴 6kg, 현금 14억 원, 유명 화가의 그림 등 총 20억6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퇴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비리로 엮인 김 회장과 300억 원을 상호 대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실세까지 아우르는 인맥을 가진 임 회장을 상대로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칠 방침이다.

○ 그림에 살고 그림에 죽어

‘그림’은 김 회장의 주요 비리 도구였다. 김 회장이 임 회장에게 선물한 그림은 3억2000만 원 상당의 도상봉 화백 그림 ‘라일락’과 이중섭 화백의 ‘가족’이다. 김 회장은 회사 소유인 미술품을 개인 담보로 제공하거나 선물해 102억 원대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이 빼돌린 미술품에는 앤디 워홀의 ‘플라워’,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 박수근 화백의 ‘노상의 사람들’ 등이 포함됐다.

또 김 회장은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에게 145억 원을 대출해주면서 담보로 받은 미술품 11점을 임의로 담보 해지한 뒤 이를 하나캐피탈 솔로몬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담보로 쓰기도 했다. 담보로 쓰인 미술품 중에는 감정가 50억 원을 호가하는 사이 톰블리의 ‘볼세나’와 파블로 피카소의 ‘화가’ 등이 포함됐다.

그림에 애착을 가졌다는 김 회장은 저축은행 본점 4층에 유명 화가 그림들을 전시하거나 본인 소유의 골프장에 전시하고 별도로 마련한 수장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고객 예금으로 벤츠-호화 빌라 구입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은 빼돌린 고객 예금으로 호화생활을 즐겼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 자금으로 아내가 타고 다닌 벤츠 승용차의 리스 비용과 법인카드 이용 대금, 52억 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화 빌라 구입 자금 일부를 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의 저축은행의 자산평가 실사에 대비해 진흥저축은행 주식을 고가에 매수 주문하는 등 시세를 조종해 353억4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삿돈을 빼돌리려 아내를 이용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아내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고문으로 올린 뒤 고문료 명목으로 10억8000만 원을 지급했다.

불법 대출도 빠지지 않았다. 윤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대한전선과 그 계열사 등에 자기 대출 등으로 3785억 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주저축은행 김임순 대표는 대담했다. 총 399억 원의 불법 부실 대출을 해준 뒤 80억 원은 사례금으로 돌려받았다. 직원 교육에 사용하는 은행 전산프로그램의 ‘테스트 모드’를 이용해 가짜 통장을 발급해 주는 방식으로 고객 예금 180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테스트 모드가 되면 예금주 통장에만 돈이 입금된 것처럼 표시하고 실제로는 해당 금액을 정상 입금처리하지 않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저축은행비리#대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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