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다 사직서를 던지고 나온 이헌재 씨(39)는 2009년 차량용 블랙박스 수출 회사인 디에스글로벌을 차렸다. 난방도 잘 안 되는 보증금 4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이 씨는 회사를 약 4년 만에 100만 달러대의 수출을 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해외에 인맥도 없고 자본도 없던 그가 판매처로 선택한 것은 온라인 기업간거래(B2B) 사이트 알리바바닷컴이었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 B2B 사이트 알리바바닷컴의 티머시 룽 글로벌서플라이어 사업부문 대표(사진)는 13일 한국시장 진출 5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알리바바닷컴의 사업 모델을 소개하는 시간보다 이 씨를 소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999년 중국에서 창업한 알리바바닷컴은 전 세계 240개국에서 이용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단순한 인터넷 사이트가 아닌 중소기업의 비즈니스를 돕는 서비스 업체라는 슬로건에 디에스글로벌이 가장 적절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고 자본도 없던 이 씨는 알리바바닷컴에 제품을 올려 해외 바이어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러시아 경찰청과 일본 도쿄 택시에 블랙박스를 납품했고 브라질 경찰청과도 납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씨는 “소규모 수출업체로서 자금이 적게 들고 경쟁사들의 단가 흐름과 아이템의 변화 형태를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닷컴의 한국어 사이트가 생긴 후 2008년 약 7만5000곳이었던 중소기업 가입자가 18만4000곳으로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히든 챔피언’도 늘었다. 아프가니스탄에 건설 장비를 수출하는 기업, 20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도 생겼다. 룽 대표는 “한국 경제가 이뤄낸 기적은 중소기업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네트워크가 없고, 정보가 없는 중소기업들에 전자상거래는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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