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할인 항공권, 소비자는 “환영” 여행사는 “생존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0일 03시 00분


여행업계 “수수료 없는 판매 시장 교란” 항의 공문
“가격 천차만별 항공권 시장투명화 기여” 긍정론도

이마트가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과 손잡고 이마트 매장에서 항공권을 판매한 것을 두고 여행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의 항공권 판매가 여행업 진출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판매가격마저 기존 여행사보다 낮아 여행업계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최근 이마트에 항공권 할인 판매에 대한 우려의 뜻을 담은 공문을 보내며 공식 대응에 나선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이마트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한시적으로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항공권 4000여 석을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상품권숍에서 판매했다. 6월 1일부터 30일 사이 출발, 도착 항공편에 한정해 나온 항공권 가격은 인천∼오사카 왕복항공권 7만8800원, 인천∼나리타 왕복항공권 9만8800원(유류할증료, 공항세 별도)이다. 기존 항공사 홈페이지에 고지된 항공권 정가보다 최대 40% 싸다.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여행사에 비해서는 1000∼2000원 낮은 수준이었다.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행사기간인 일주일간 팔린 항공권은 전체 프로모션 대상 좌석 수 4000여 석의 30% 정도인 1200여 석. 이스타항공이 다른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여행업계 비수기인 6월 항공권인 점을 감안하면 첫 출발치고는 성공적이라는 것이 이마트 측 평가다.

여행사들이 반발하는 부분은 바로 항공권 판매 대행 수수료다. 항공사들은 자신들의 항공권을 대신 팔아주는 여행사들에 항공권 가격의 7∼9%를 항공권 판매 대행 수수료로 지급해 왔는데 2010년부터는 이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항공권을 판매하는 수수료를 고객에게 직접 징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수수료 없이 항공권을 파는 것은 업계의 관행을 깼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주장이다. 또 항공권 발권은 비행 스케줄 확인, 여권 조회 등 각종 전문적인 서비스가 더해져야 하는 업무인데 항공권을 미끼상품 팔 듯이 내거는 것은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중소 여행사들은 항공권 발권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라 이마트의 항공권 판매에 대해 더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마트는 4월 일반여행업 등록도 마쳤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25일 이마트에 보낸 공문에서 “수수료 없이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항공권 유통시장을 교란하며 중소 여행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항공권 판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관광업계에서는 여행사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할인항공권 시장이 투명해지고 국내 관광업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항공권 판매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보다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아직 추가적인 항공권 판매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마트#항공권#시장투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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