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 몽골노선 독점에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8일 21시 54분


대한항공이 몽골 국영항공사와 함께 몽골정부 관계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천-울란바토르 직항노선의 독점권을 유지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항공편을 늘리려면 양국간 항공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몽골정부 관계자가 증편을 거부하도록 유도해 경쟁사(아시아나항공)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8일 대한항공과 몽골 국영항공사인 미아트 몽골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신규 경쟁사의 진입을 막으려고 몽골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데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1999년 개통된 인천-울란바토르 직항은 양국의 두 항공사만 운행하는 알짜 노선으로 매년 좌석 부족과 고가 운임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항공여객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7~8월) 기준으로 이 노선의 지난해 월평균 탑승률은 94%, 평균 이익률은 20%다. 최근 3년간 국제선 평균 탑승률(84%) 및 이익률(-9~3%)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비행시간(3시간 30분)이 비슷한 홍콩, 광저우 등의 편도운임이 25만~27만 원인 데 비해 울란바토르 운임은 2010년 7월 기준 33만3000 원으로 훨씬 비싸다.

국토해양부는 2005년부터 몽골과 항공회담을 갖고 항공편 증편을 요구했으나 대한항공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몽골 측이 번번이 이를 거부해 2003년 이후 정기편 운행횟수를 주 6회에서 더 이상 늘리지 못하고 경쟁사 진입도 불허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2010년 몽골 항공당국의 고위간부들과 가족, 이들과 가까운 후원자 등 20명을 제주로 초청해 1인당 80만 원 상당의 항공권과 숙식비 등 총 16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것 등이 증편 거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현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두 항공사가 노선 증편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간 이뤄지는 항공회담에 부당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대한항공의 행위는 공문발송, 정책건의 등 정상적인 의견 피력 수준을 넘어선 사실상의 향응 제공"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시정명령만 내리고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은 "몽골항공과 담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증편은 양국 정부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며 "몽골 정부 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편의를 제공했을 뿐인데 우리가 협상을 좌지우지해 무산됐다고 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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