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출력을 측정하는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를 밀봉하는 중요 부품인 ‘실링 유닛’(왼쪽). 원자로의 출력은 원자로 안에 단위 면적당 중성자가 몇 개인지를 세어 확인한다. 중성자는 투과력이 좋기 때문에 이 숫자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들어온 중성자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밀봉해야 하는 것이다. 오른쪽은 실링 유닛이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를 밀봉한 모습.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정품이 아닌 부품이 광범위하게 납품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원전의 안전성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원전 납품 비리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 원전 직원에게 전방위 뇌물
검찰 수사에서 가짜 부품이 납품됐거나 납품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원전 직원들이 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 곳은 고리와 영광 원전이다. 뇌물수수에 연루된 직원은 총 7명이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김관정)는 영광원전에 근무하던 지난해 4월 납품업체로부터 16억 원 상당의 부품 납품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월성원전 정모 제어계측팀장(49)을 26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앞서 고리원전 제2발전소 허모 계통기술팀장(55)도 같은 혐의로 25일 구속했다. 허 씨는 2009년 12월 프랑스 A사에서 수입한 밀봉 부품(실링 유닛)을 국내의 M사에 몰래 넘겨줬다. M사는 허 씨가 넘겨준 정품을 토대로 ‘짝퉁’ 부품을 만든 뒤 허 씨를 통해 고리원전에 납품했다. 허 씨는 이 대가로 납품업체에서 8000만 원을 받았다. 이 부품은 정 씨를 통해 영광원전에도 납품됐다.
또 검찰은 납품업체에 심사절차를 간소화해주고 2000만 원을 받은 고리원전 제1발전소 문모 차장(58)도 26일 구속했다. 보랭제 납품업체에서 2000만 원을 받은 영광원전 재3발전소 기계팀 이모 과장(44)과 같은 업체에서 로비자금으로 5억 원을 받은 브로커 윤모 씨(56)도 각각 구속됐다. 앞서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납품업체에서 3억여 원씩을 받은 고리원전 제2발전소 김모 기계팀장(48) 등 2명을 지난해 11월 구속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녹슨 터빈 밸브작동기 중고 부품을 세 차례에 걸쳐 부산지역 납품업체로 빼돌렸다. 이 업체는 중고 부품을 세척하고 도색해 새 제품인 것처럼 속이고 납품해 32억2800만 원을 챙겼다. ○ 커지는 안전성 논란
검찰 수사에서 원전에 납품된 ‘짝퉁’이나 중고 부품, 또는 뇌물을 준 업체가 납품한 부품은 밀봉 부품과 터빈 밸브작동기, 보랭제 등이다. 한수원은 이 가운데 밀봉 부품에 대해서만 검찰 수사를 반박하며 원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M사는 2010년 3월 밀봉 부품을 자체 개발한 뒤 한수원에 국산화 과제로 제안해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됐고 특허청으로부터 특허인증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개발선정품은 국내 업체가 특정 원전 부품을 개발해 제출하면 검증, 시제품 성능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 선정하는 제품이다. 또 프랑스 A사의 납품가는 개당 920만 원인 데 비해 M사의 제품은 750만 원으로 원가절감에도 기여했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고리 3, 4호기와 영광 1, 2호기에 납품됐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원가절감과 기술자립을 위해 수입 부품을 꾸준히 국산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입품을 몰래 특정업체에 빼돌려 준 뒤 개발하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구본진 차장은 “원전 직원들과 납품업체 간에 뇌물을 통한 유착이 관행화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원전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 국장은 “일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함께 납품된 부품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와 성능 확인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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