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핸들이… 차가… 머릿속 코스 그대로 따라온다, BMW ‘32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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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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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BMW의 주요 차종에는 저마다의 사명이 있다. 수익성을 책임지는 준대형급인 ‘5시리즈’,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을 이끄는 대형차 ‘7시리즈’, 그리고 BMW가 추구하는 특유의 날카로운 운전 감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모델이 준중형급인 ‘3시리즈’다. 3시리즈는 다시 말해 BMW의 본질이자 회사의 슬로건인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소형화(다운사이징) 바람을 타고 소형급인 ‘1시리즈’가 추가됐지만, 여전히 3시리즈는 BMW 전체 라인업의 기본이 되는 모델이다. 최초 모델이 출시된 1975년 이후 가장 최근의 6세대 모델까지, 신형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2월 한국에 출시된 6세대 ‘320d’를 시승하며 어떤 진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봤다.

외관은 ‘스포츠세단’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해 기존 모델보다 더욱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날카롭게 다듬은 전면부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길이는 기존보다 93mm 늘어난 4624mm로 차체가 훌쩍 커졌지만 오밀조밀한 디자인 완성도는 여전하다.

신형 320d는 트윈파워 터보기술이 적용된 최고출력 184마력의 직렬 4기통 2L급 디젤엔진을 달았다. 엔진 크기에 비해 가속능력이 뛰어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타이어가 살짝 스핀을 일으키며 거칠게 치고 나간다. 2L급에 8단 자동변속기는 다소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절묘한 기어비(ratio) 세팅을 통해 매끄러운 가속을 이끌었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의 직진 안정감이 뛰어났고, ‘디젤은 시끄럽고 진동이 있다’는 선입견은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정숙성도 큰 문제가 없었다.

3시리즈의 최대 강점은 조향(핸들링) 성능이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굽이진 산길을 지날 때, 머릿속으로 그려낸 코스를 차가 고스란히 따라가며 이상적인 궤적을 그려낼 때,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에서 급격한 코너링을 안정감 있게 파고들 때의 쾌감은 중독성이 크다.

6세대 3시리즈는 명차로 자동차산업의 역사에 남은 전(前) 세대의 명예에 부족함이 없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22.1km, 가격은 옵션에 따라 4500만∼5650만 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최대 280만 원 낮춰 경제성까지 높였다.

아무리 흠을 찾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 굳이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부분이라면 기나긴 출고 대기기간 정도가 아닐까.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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