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사행성 금융상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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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17일 내놓은 '시네마정기예금 <코리아>'는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 '코리아'의 관객 수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예금상품이다. 관객이 100만 명을 넘으면 연 0.1%포인트, 200만 명을 넘으면 0.2%포인트, 300만 명을 돌파하면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국민은행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2012 KB국민프로야구예금'도 비슷한 구조다.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을 고객이 직접 고른 뒤 그 팀의 올 시즌 성적에 따라 다른 이자를 받게 돼 있다.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거나, 지난해보다 순위가 오를 때 각각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은행권의 수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처럼 약간의 사행성을 가미한 금융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의 노력에 관계없이 순전히 미래 예측에 따라 금전보상을 해주는 것은 도박과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은행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여부,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금리를 높여주는 상품들도 내놨다. 일부 은행은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앞두고 제주도의 선정 여부에 따라 '축하금리'를 주는 특판예금도 팔았다. 이런 상품들이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과도한 사행성을 조장하는 일부 금융상품의 마케팅 자제를 은행들에 권고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국민은행의 상품은 한국시리즈 우승팀과 경기결과를 모두 맞추면 1.0%포인트의 파격적인 추가금리를 제공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개별적인 약관 심사를 통해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되는 상품은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정할 수는 없지만 우대금리가 지나치게 높아 다른 고객들에 피해가 갈 정도라면 심사를 통해 걸러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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