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O 공동창업 너톨 씨 “잡스 같은 ‘디자인 챔프’ 키워야 기업이 산다”

  • 동아일보

■ 세계 최고 디자인 기업 IDEO 공동창업 너톨 씨

삼성디자인학교 제공
삼성디자인학교 제공
“애플처럼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으려면 회사의 디자인 전략을 이끄는 ‘디자인 챔피언’이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기업인 미국 아이데오(IDEO)의 공동 창업자 마이크 너톨 씨(62·사진)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바로 디자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삼성디자인학교(SADI)가 2∼4일 개최한 국제 워크숍 ‘브랜드 바이 디자인’ 참석차 방한했다.

너톨 씨는 디자인 챔피언의 자질로 ‘T자형 인재’를 꼽았다. T자의 가로획은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세로획은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을 상징한다. 특히 그는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통해 사람을 설득하는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에 가로획이 더 넓은 ‘빅(big)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처럼 고위직에 ‘디자인 챔피언’이 있다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잡스와 생전에 친분이 있었던 그는 “잡스는 명석하면서도 엄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잡스는 자신이 꿈꾸는 디자인을 실행에 옮기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죠. 이런 모습이 조직원을 두렵게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회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을 만들어낸 겁니다.”

잡스는 다른 회사들이 싼값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까다로운 기계 가공방식의 알루미늄 부품을 고집해 디자인을 차별화했다는 것이다.

너톨 씨는 애플이라는 회사를 아이폰, 아이팟 등 소수의 하드웨어 제품과 앱스토어 등의 서비스를 결합해 사용자 경험을 창조하는 ‘경험 브랜드’로 정의했다. 하드웨어는 한 종류지만 고객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자신만의 제품을 꾸미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도 디자인 챔피언의 힘을 가진 회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TV 디자인을 위해 비용과 공정이 복잡한 공법도 감수했지만, 경쟁회사들은 싼 공법으로 삼성의 디자인을 베끼려다 싸구려 복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집중, 기술적 혁신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전자의 컴퓨터 모니터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너톨 씨는 “삼성은 제품군의 종류가 많은 큰 회사여서 애플처럼 소수 제품에 디자인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맞지 않는다”며 “뛰어난 기술혁신 역량을 토대로 사용자 경험을 창조하는 삼성만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1년 데이비드 켈리, 빌 모그리지와 함께 아이데오를 세운 너톨 씨는 2006년 아이데오를 떠나 독립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데오와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데오는 미국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25개 기업’에 포함된 유일한 디자인회사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디자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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