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9일 “0∼2세 무상보육에 필요한 수천억 원대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6월경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1일 여야가 2012년부터 0∼2세 영유아 보육비를 소득에 상관없이 전액 지원하겠다며 정부 예산보다 3697억 원을 증액 편성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협의회에 따르면 16개 시도는 지난해 말 0∼2세의 경우 하위 70%까지만 보육료를 지원할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회의 증액 편성에 따라 올해 3279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협의회는 경기 침체로 세금을 더 걷을 길이 없어 기존 편성 예산이 바닥나는 6월경 무상보육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라고 주장했다.
재정 형편이 가장 나은 서울시는 당초 0∼5세 보육사업 예산으로 시비 2537억 원을 편성했다. 국비 지원액 2107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하지만 정치권이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결정하는 바람에 올해 추가로 시비만 1100억∼1500억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개 자치구도 370억∼420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정부가 예산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8월 안에 보육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재정 형편이 어려운데 어린이집에 새로 아이를 보내는 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충북은 5월경, 전남은 6월경 보육 사업을 중단할 처지다. 나머지 지자체도 6, 7월경이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보육이 중단되면 몇 개월 동안 공짜로 어린이집을 이용했던 가정이 다시 비용을 부담해야 해 큰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나 각 정당은 이에 대한 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장인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막대한 지방예산이 들어가는데도 국회와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결정해 빚어진 일”이라며 “무상보육은 전액 국비로 전환해야 하며 향후 중요 사안은 반드시 지방정부와 협의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이) 사전협의 없이 지방정부에 재정적 의무를 부과한다면 더는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놓은 복지 포퓰리즘의 부작용이 벌써 시작된 셈인데 이날 각 정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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