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vs 하이트진로… 맥주업계 양강 닮아가는 마케팅

  • Array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비맥주 ‘친환경’… “몽골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
하이트진로 ‘아이스포인트’… “全공정 0도 이하에서 제조”

오비맥주는 최근 주력 브랜드 카스에 친환경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카스 판매금액의 1%를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에 쓰고 있는데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쌓아올린 착한 기업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7일 “맥주가 100% 천연재료로만 만드는 신선식품임을 강조하면서 맥주를 제대로 보관하고 즐기는 방법을 알리는 ‘에브리데이 프레시’ 캠페인을 벌인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경쟁 브랜드 하이트가 1993년 ‘천연암반수로 만든 물이 좋은 맥주’라는 광고를 내세우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10년 넘게 1등 자리를 지켰던 전략을 벤치마킹해 더 넓은 의미인 ‘에코 브랜드’ 자리를 꿰차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의 이면에는 지난해 맥주제품 출고량에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하이트진로를 추월한 상승세를 대세로 굳히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오비맥주는 수출 물량을 제외한 순수 내수판매에서는 지난해 49.7%로 하이트진로(50.3%)에 근소한 차로 밀렸지만 올해는 이마저 뒤집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발탁해 리뉴얼 제품에 도입된 ‘아이스포인트(빙점) 여과 공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 공정을 빙점(0도) 이하로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해 하이트 맥주 특유의 청량함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그간 오비맥주의 ‘카스 톡’ 광고에 밀린 데 대한 반격의 의미가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속 탄산 함유량은 우리 제품이 더 많은데도 ‘톡’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청량한 맥주라는 이미지를 빼앗겼던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카스의 브랜드 전략을 연구해 이를 거꾸로 공격 무기로 채택한 셈이다.

하이트가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발탁한 것도 카스가 그간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빅 모델’을 기용하며 화제를 끌어온 전략을 빌려온 측면이 있다. 하이트는 한때 인기그룹 ‘빅뱅’을 모델로 썼다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브랜드 광고에 빅 모델을 쓰지 않았다.

하이트가 전략을 바꾼 것은 체중관리에 민감해 맥주를 입에 대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김 선수가 광고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소비자 사이에 화제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하이트진로는 계약 조건을 이유로 들어 김 선수의 광고모델료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김 선수의 모델료가 업계 최고 수준인 10억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기업#마케팅#맥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