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위험징후 대기업 점검” 은행에 지시

  • 동아일보

37곳 신용위험평가 결과
일부 그룹 과다 차입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대기업그룹에 대한 선제적 신용위험평가를 한 결과, 당국과 재무개선약정(MOU)이 체결돼 있지 않은 일부 그룹에서 위험 징후를 발견했다. 금감원은 지난주 이들 ‘잠재적 위험그룹’의 주채권은행에 연락해 계열사의 차입 실태를 점검하는 정밀 모니터링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22일 채권금융기관에 따르면 금감원은 기업이 돈을 빌린 규모가 은행권 전체 신용 공여액의 0.1% 이상인 주채무계열 그룹 37곳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3월 초에 했다. 그룹 신용평가는 보통 5월에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평가시점을 두 달 앞당긴 것이다.

금감원은 기업의 2011년 사업실적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은행이 보유한 잠정 재무결산표를 토대로 현금보유 현황, 차입금 규모, 채무 만기도래 실태 등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기업과 은행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면담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일부 그룹 계열사의 차입금 규모가 과도한 수준으로 늘었거나 위기가 확산될 때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임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들 위험그룹에 대해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얼어붙을 때는 지원기준을 완화해 위기를 넘기도록 돕고 구조적 부실이 커진 것으로 드러나면 채무 재조정에 나서는 ‘투 트랙’ 대책을 마련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위험그룹 계열사 중에는 자금흐름이 안정적인 곳이 있는 반면 만기도래 시기를 간신히 넘길 정도인 곳도 있다”며 “일단은 ‘지원’에 초점을 두겠지만 당국의 방침에 따라 ‘구조조정’으로 무게중심이 전격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결산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5월에 신용위험평가를 다시 할 계획이다. 현재 위험그룹으로 분류된 그룹의 리스크가 그때도 그대로이거나 더 악화하면 MOU를 맺어 기업체질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계에선 현재 6곳인 MOU 체결 대상 그룹이 1, 2곳 정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속으로 숨은 부실이 적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계에 확산됐던 이른바 ‘살생부’ 공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3월의 신용위험평가 결과는 추정 재무제표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MOU 체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금융감독원#신용위험평가#재무개선약정#M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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