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 한국서 명품으로 돈 벌면서도 6년간 기부금 ‘0’

수입차-명품업체, 국내 사회공헌에 인색

올해 감사보고서 공개 시즌(3월 말∼4월 초)을 앞두고 동아일보가 수입차업체와 명품업체의 2010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국내 사회공헌이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수입 판매로 국내에서 손쉽게 막대한 매출과 수익을 내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는 소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조사한 수입차·명품업체의 2010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오메가, 론진 등 고급 시계를 수입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는 2010년까지 최근 6년간 기부금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셰의 공식 수입원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2005년 법인을 설립한 이래 누적 기부금이 2009년에만 단 한 차례 10만 원에 불과했다. 혼다코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2010년 기부금이 0원이었다.

수입차·명품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사회공헌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설립 후 2010년 말까지 145억 원의 누적 순수익을 달성했다. 2010년에는 76억 원에 달하는 순수익을 올렸는데도 기부금이 0원이었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측은 “직접적인 기부금액은 없지만 포르셰 오너 모임인 포르셰클럽코리아(PCK)의 모금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는 2010년 198억 원에 달하는 순수익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2010년 12월 자동차 관련 학교에 장학금 1억 원을 출연하는 단발성 기부에 그쳤다.

이들 2개 업체는 수익 배당금을 대부분 모기업으로 송금하고 있다. 모기업은 홍콩에 본사를 둔 전 세계 수입차시장의 ‘큰손’인 말레이시아 화교재벌 ‘레이싱홍(利星行)’이다. 레이싱홍은 최근 수년간 서울 중학동 등지에 수천억 원의 부동산을 매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티에, 반클리프앤아펠 등 최고급 시계·보석 브랜드를 거느린 리치몬트코리아는 2010년 회계연도 매출액이 약 2432억 원으로 전년(약 1860억 원) 대비 31% 늘었다. 그러나 기부금 규모는 744만 원에 불과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해 올해는 1억 원 이상으로 기부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기업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서는 업체도 있다. 2010년 수입차 업체 중 최대 규모인 8억8614만 원을 기부한 BMW코리아는 지난해 사회공헌 재단인 ‘미래재단’을 설립했다. 한국토요타는 2010년 약 129억8965만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4억8744만 원의 기부금을 출연했다. 이 업체의 사회공헌활동 수혜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만 명을 넘어섰다.

2010년 5855만 원의 기부금을 출연한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한국SOS어린이마을’에 도서관 건립 등의 활동을 벌여 지난해 기부금이 2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구찌코리아는 다음 달부터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