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 “한국, FTA 계속 거부하면 中과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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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에 외무성차관 공식언급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한국 정부가 한일 FTA를 계속 거부하면 중-일 FTA를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동북아 경제통합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통상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다.

12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안호영 외교부 1차관과 가진 한일 외교차관 협의에서 한일 FTA 교섭 재개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일본이 다양한 채널로 한일 FTA 재개를 요청하긴 했지만 공식협의 석상에서 중-일 FTA를 먼저 추진하겠다는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일 FTA는 일본이 자국 농산물 시장을 60% 이상 개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협상 개시 1년 만인 2004년 협상이 중단됐다.

당초 일본의 FTA 전략은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맺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사실상의 미일 FTA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한 한미일 통상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중 FTA가 점차 가시화되는 데다 TPP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중-일 FTA를 통한 중국 내수시장 선점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이 배제되는 중-일 FTA는 우리에겐 가장 피해야 할 구도다. 3국이 참여하는 한중일 FTA도 중국 내수시장을 두고 일본과 경쟁을 벌여야 해 껄끄러운 마당에 한국이 배제된 채 중-일 FTA 논의가 시작되면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불리한 여건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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