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강남의 두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2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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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인공인 서울 강남의 '신구 주택시장'이 양극화하는 분위기다.

새로 분양하는 강남권 아파트에는 청약 신청자가 몰리는 반면 기존 아파트 가격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1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분양된 11개 아파트 중 7개 단지가 1~3순위 안에서 청약마감됐다.

이 중 5개 단지가 1순위 청약접수에서 모집가구 수를 모두 채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11개 단지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은 총 1315가구로 여기에 3369명이 신청해 평균 2.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나란히 분양한 래미안 도곡 진달래(강남구 도곡동)와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서초구 방배동)가 비싼 분양가에도 잇따라 순위 내 청약마감에 성공하자 일각에서 주택시장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잘 나가는' 분양 아파트와는 달리 강남의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갈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결과 3월 둘째주 현재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1.26% 떨어져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가 1.09%, 서초구가 0.66% 각각 하락해 강남구의 뒤를 이어 하락률 2,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송파구가 0.56%, 서초구가 0.39%, 강남구가 0.19% 각각 상승해 구별 아파트값 상승률 순위 1, 3, 8위에 올랐던 것과 크게 대비되는 결과다.

강남권 주택시장의 약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정책의 기조 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월 말 서울시가 뉴타운 신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개포주공 등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해 소형주택 비율 확대 요구, 용적률 상향 보류 등의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 이후 가격 내림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작년 4분기 3천209만원에서 올해 2월 3162만원으로 떨어져 3000만원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최근 강남권 분양시장의 호성적은 이 지역 주택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동산114 임병철 팀장은 "올해 분양이 잘된 방배동과 도곡동은 최근 2~3년 동안 공급이 없었던 곳이라 강남의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이 몰렸을 뿐 전반적인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정책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위축되자 앞으로 강남의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올해 들어 강남 신규아파트에 청약한 수요자들이 많다고 한다"며 "강남은 투자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으로 외부 충격에 민감해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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