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얼리어답터’ 강남 50대가 압도적

  • 동아일보

■ 829억 모은 삼성자산운용 1호 개인가입자 분석

지난달 삼성증권이 강남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공개 헤지펀드 설명회장. 헤지펀드상품 출시에 앞서 강남 ‘큰손’들에게 헤지펀드를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일부 큰손은 설명회가 끝난 직후 과감하게 투자 의사를 밝혔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지고 투자액 제한을 받는 등 투자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말이다.

지난해 12월 한국형 헤지펀드 시대가 열린 지 두 달가량 지났다. 투자 성과가 증명되지 않은 데다 개인투자자는 5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해 아직까지는 눈치를 보는 상황. 이런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 1호 ‘삼성H클럽에쿼티헤지 전문사모투자신탁1호’가 9일 현재 약 829억 원을 끌어모아 과감한 투자자들의 면면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 1호에 가입한 개인들은 모두 44명. 헤지펀드 시장에 발을 담근 ‘얼리 어답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소비자) 44명의 프로필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강남 자산가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절반에 가까운 21명이 강남지역에 살고 있었으며 이어 분당 일산 등 경기 지역이 8명, 성북구 용산구 등 강북의 전통적인 부촌 고객이 6명이었다. 지방으로는 부산 및 경남 지역 고객이 5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예상보다 젊었다. 40대가 7명, 50대가 25명, 60대가 6명으로 평균 연령은 54.3세였다. 60대 투자자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관심이 적었던 반면 50대는 새로운 상품에 적극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산가들이 헤지펀드를 주식투자 대체상품 중 하나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풀이한다. 자산가들이 지난해부터 관심을 가져온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환율이라는 불안요소가 있고, 물가연동채 역시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절대수익을 보장한다는 헤지펀드를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생각보다 초기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입증된 실적(트랙 레코드)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미 증권사들이 자체 사모펀드로 헤지펀드 전략을 구사해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며 “자산가들은 헤지펀드가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일반적인 투자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대우증권 PB는 “평균 5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들이 분산투자 차원에서 헤지펀드를 고려한다”며 “‘아무나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차별성도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남과 강북 자산가의 투자성향 차이가 드러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강북 자산가들은 신상품보다 전통적인 방식의 투자를 선호하는 반면 강남 자산가들은 실험정신이 강해 과감한 시도를 즐긴다는 증권업계의 정설이 헤지펀드에서도 증명됐다는 얘기다. 조 부장은 “나이가 많은 강북 자산가들은 변화를 싫어하며 생소한 것에 잘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며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고 새로움을 선호하는 강남 고객이 헤지펀드의 주요 고객층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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