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출퇴근 ‘10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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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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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에서 건축업을 하던 윤모 씨(40)는 이른 아침에 미국 뉴욕증시를 확인한 뒤 하루 종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앞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건축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자 지난해 초부터 주식에 매달렸다. 테마주 투자로 3억 원을 날린 뒤부터는 건축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2 최모 씨(29)는 3년 전 지방대 공대를 졸업했으나 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용돈벌이로 단타매매에 나섰다가 전업투자자가 됐다. 투자원칙을 지킨 덕분에 수익률도 괜찮은 편. ‘스펙’이 좋은 친구마저 직장을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취업은 사실상 포기했다.
매일 HTS로 ‘출퇴근하는’ 사실상의 전업 주식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졸 취업난, 자영업 몰락, 중장년층의 퇴직 등이 전업투자자를 양산하는 배경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사실상의 전업투자자를 100만 명 선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이 작전주나 테마주가 활개 칠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주식 권하는 사회’


인테리어 업자 이모 씨(42)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전업투자에 나섰다. 두 차례 공사비를 떼이면서 사업은 당분간 접었다. 그는 “증권방송, 인터넷 등에 투자정보가 워낙 많아 초보 전업투자자로서 정보 부족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방송만 7곳이나 돼 이런저런 정보를 듣다 보면 ‘나도 전업투자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했다.

경기 침체가 전업투자자 증가의 일시적 요인이라면 높은 대학진학률은 상시적 요인으로 꼽힌다. 취업을 못한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보다 쉬워 보이는 주식투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 테마주 활개의 배경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2011년 한국거래소 엑스포’에 참가한 투자자 150명을 대상으로 ‘개인 주식투자자의 투자성향 및 행동특성’을 분석했다. 황 교수는 150명 중 17%인 25명을 전업투자자로 분류했다. 황 교수의 연구와 2010년 현재 주식 직접투자자 479만 명에서 늘어난 주식인구를 감안하면 전업투자자 100만 명은 국내의 현실이다.

또 황 교수는 전업투자자 중 ‘호구형’이 52%, ‘주식폐인형’이 48%라고 분석했다. 호구형은 남들이 좋다는 주식에 쉽게 혹하고, 손해를 보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전체 전업투자자 중 절반이 넘는 호구형이 테마주에 쉽게 휘둘리는 투자자인 셈이다. 이돈규 거래소 시장감시총괄부장은 “테마주에 몰리는 전업투자자들이 정보를 나누면서 스스로 테마주를 만들고 키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폐인형은 전업투자를 직업이라고 여기며 주식이 게임이나 도박과 다르지 않다고 보지만 자기만의 원칙도 갖고 있다. 주식폐인형은 증시에서 웬만큼 생존할 수 있는 실력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신종 테마주가 등장하는 국내 증시에서 전업투자로 성공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이종우 센터장은 “테마주가 판치는 시장에서 전업투자로 성공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일부 전업투자자의 경우 전문성과 전략을 두루 갖출 정도로 진화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증권 전문가는 “전업투자자가 늘면 작은 정보라도 증시에 바로바로 반영돼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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