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뚝 끊긴 중국 관광객들의 일본 입국이 작년 말을 기점으로 원상회복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11월에 비해 32% 증가한 8만여 명이 12월 일본을 찾았다. 이들은 일본 전국을 누비며 관광과 쇼핑을 즐겼다. 그렇다면 불과 1년 전 일어난 원전사태는 잊은 것일까?
후쿠시마 사태는 원전에 대한 신뢰를 일거에 뒤흔들었다. 일본 방문객이 크게 줄고, 심지어 일본인들까지 해외로 빠져 나갔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에서 비롯됐지만, 원전에 관한 불안감은 세계로 확산됐다. 표면상 후쿠시마 이후 세계 여론은 원전 감축 혹은 폐지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원전을 운영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존한다. 원자력이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대처할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필요’하지만, ‘불안’해 보이는 원전의 양면성 때문에 세계는 고민에 빠졌다.
○ 세계 반응
후쿠시마 이후 강력하게 원전 반대 정책을 선택한 건 독일 정부. 이미 가동 중단한 2기를 포함, 추가로 8기를 가동중단하고 나머지 9기는 2022년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원전 의존도는 작년 기준 전체 전력의 17.7% 정도. 따라서 원전을 폐쇄해도 산업용 가정용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 국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이후 오스트리아인의 90%는 원전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오스트리아는 1970년대 6기의 원전을 가동키로 하고 1기를 완공했으나 1978년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지금껏 1기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에도 불구, 원전 인식이 긍정적인 경우도 있다. 윈-갤럽이 세계 47개국 3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사태 한 달 후 원자력에너지 사용에 관해 찬반 의사를 조사한 결과 중국 국민의 83%는 원전 사용에 긍정적이었다. 매년 에너지 소비량이 11∼14%씩 급증하는 중국은 2020년까지 원전 전력을 최고 6배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원전 강국 프랑스도 국민의 66%가 원전 추진에 긍정적이었다.
○ 한국인의 의식
윈-갤럽의 조사 결과, 후쿠시마 사태로 찬성률이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인(1031명 전화설문)의 원전 시각은 64%가 긍정적이었다. 이는 원자력문화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용역, 후쿠시마 사태 이전에 실시했던 의식조사 결과(89.4%)보다 큰 폭 떨어진 것이지만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원전 시각에도 이중성은 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신뢰감과 별도로, 정부와 원전 운영기관에 대한 불신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사결과 한국인은 ‘원자력발전이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된다’(81%) ‘에너지문제가 심각하다’(97%)며 총론적으로는 필요성을 지지했다. 하지만 ‘원전 증설을 찬성한다’는 반응은 45%로 하락했고, ‘원전은 이득보다 위험이 더 많다’(33%)는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사태는 사태 수습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우왕좌왕해 불신을 키웠다”며 “원자력의 필요성만 강조하기보다 안전성과 신뢰감을 주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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