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존이다]갈등을 넘어 동반의 길로… 미래를 향한 한국기업의 ‘희망메시지’

  • 동아일보

기업과 사회, 대기업과 중기, 공존의 길 모색
세계로 뻗어가는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기업들 나서


“‘기업에 좋은 게 사회에도 좋다’는 신념이 더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기업이야말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그 원동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참석을 위해 방한해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기업의 시야를 사회와 협력업체로 확대해 “기업에 좋은 게 사회에는 나쁘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을 좇아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인력과 시장을 공급하는 탄탄한 지역사회와 기술 및 사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업체가 없다면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동반 성장과 상생의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 ‘기업은 홀로 빛나지 않는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회공헌활동과 동반성장 지원 시스템을 체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동반성장 시스템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이행실적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반영하는 실행방안까지 제시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협력회사는 함께 1등을 하기 위한 공동운명체”라고 선언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협력회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우수한 사업 아이템이 있는 예비사회적 기업을 발굴해 자금 지원, 판로 개척 등을 돕기로 했다.

LS그룹은 올해 초 새로운 기업이미지(CI)로 ‘LS파트너십’을 선포했다. 계열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LS산전은 특약점과 대리점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파트너 혁신 프로그램인 ‘ACE’를 운영하고 있다. LS엠트론은 중소기업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2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펀드를 조성해 기술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경쟁력을 성장의 토대로 보고 지난해 대중소기업 협력재단에 1000억 원을 출연하고, 2차 협력사까지 저금리 대출 지원을 해주는 ‘협력사 지원펀드’를 2010년부터 조성해 5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 대기업-중소기업 손잡고 해외로



중소 협력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대기업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우수 협력회사 40곳을 초청해 두산중공업의 해외진출 지역을 견학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옌타이(煙臺) 공장에는 협력회사 30여 곳이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우수 1차 협력사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28개사를 육성 대상으로 선정했고 2015년까지 총 50개사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전은 계열사와 협력업체 등 294개 회사가 포함된 수출화기업 풀(Pool)을 운영하여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유통회사인 롯데그룹은 중소 협력사들에 해외 판로를 열어주는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롯데마트가 선발한 우수 협력업체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롯데마트 해외 매장의 점포 자리를 내줬다. 롯데백화점도 중국과 러시아 매장에서 협력업체 상품의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 지역사회가 기업의 뿌리


건강한 지역사회는 기업이 성장하는 밑거름이다. 에쓰오일의 핵심 경영철학은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실천해야 할 공유가치가 ‘나눔(Sharing)’이다. 임직원들은 소방관 등 사회를 위해 활약하는 영웅을 돕고 환경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햇살나눔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09년부터 ‘희망의 집수리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집수리로 사업을 업그레이드했다.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과 고용 창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은 ‘행복한 학교’ ‘행복한 도서관’ ‘행복한 뉴라이프’ 등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 73개를 직접 설립하거나 간접 지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05년 사회공헌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하고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를 지원하고 해외에서는 캄보디아 등 식수난을 겪는 지역민을 돕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05년부터 8년째 설날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직원들이 떡국을 끓여 대접하는 ‘사랑의 떡국나누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1년 부산지역에서 시작한 ‘사랑의 김장나누기’는 2004년부터 수도권으로 확대돼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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