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급신장 일동후디스 이금기 회장 “청정우유, 엄마들이 먼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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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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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의 직장생활 중 무려 28년 동안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품업계의 최장수 전문경영인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 존중’이다. 그는 “생명과 직결된 식품기업의 경영인으로서 늘 좋은 제품으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0여 년의 직장생활 중 무려 28년 동안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품업계의 최장수 전문경영인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 존중’이다. 그는 “생명과 직결된 식품기업의 경영인으로서 늘 좋은 제품으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 유아식 시장에서는 지난해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만년 3위였던 일동후디스가 3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일부 대형마트의 매출 집계 등에서 업계 2위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에서 앞서있던 경쟁업체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며 부진을 겪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수적인 식품시장에서 일동후디스의 약진은 분명히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1996년 유아식업계 최하위였던 남양산업을 인수해 오늘날의 일동후디스로 키워낸 이금기 회장(79)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오너가 아닌 평사원 출신으로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29년째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회장은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일동후디스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나 유아식 시장 돌풍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 “품질 자신감으로 소비자와 소통 노력”


이 회장은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다르게 만들자고 생각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분유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최초로 광우병, 구제역 없는 청정국가 뉴질랜드에서 사계절 자연 방목한 소의 원유로 프리미엄 분유 ‘트루맘’을 만들었다. 그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나온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면 엄마들의 반응이 분명히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뉴질랜드 방목 산양유로 국내 최초의 ‘산양분유’를 개발했다. 분유는 당연히 젖소에서 짠 우유로 만든다는 상식을 깨고 우유보다 모유에 더 가깝고 영양가가 더 뛰어난 산양유를 원료로 선택한 것이다. 이 제품 역시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 최초로 젖소의 초유를 넣어 만든 분유로 화제를 일으킨 것도 일동후디스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

일동후디스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낸 데에는 적극적인 마케팅도 큰 몫을 했다. 잠재적인 고객에게 샘플이나 정품을 체험할 기회를 주고 이들의 경험이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도록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성장기 아이들이 먹는 식품을 대대적으로 테스트하는 일은 구전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부담도 큰 일”이라며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식품기업 CEO로서 그만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생각에 정공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와 직접 만나려는 노력 덕분에 일동후디스가 운영하는 ‘일동맘’ 웹사이트는 업계 최다인 220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고 있다.

○ “우유 시장에 새바람 일으킬 것”


일동후디스는 최근 유제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분유제품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전략 그대로 강원도 청정목장의 젖소가 생산한 원유 중에서도 국내 최고 1A등급의 원유와 뉴질랜드 초유를 사용하고 저온살균법을 채택한 프리미엄 우유 제품을 내놓으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은 “유제품 시장 진출은 종합식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이라며 “우유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만큼 큰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파스퇴르가 앞서 저온살균 공법을 채택한 제품 판매를 시작하며 대대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벌였던 것과 달리 일동후디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온살균법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 대신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음행사를 꾸준히 열어 직접 접촉 기회를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맛과 영양, 신선함 등 품질의 확실한 차이를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면 결국 좋은 우유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약회사 CEO의 경험을 살려 성인용 기능성 식품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이 회장의 또 다른 목표다. 뼈가 부스러지는 것을 막는 성분과 칼슘이 풍부하게 든 ‘뼈 건강’ 식품,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되는 식품 등이 그것이다. 이 회장은 “분유업체만 하더라도 해외 유명업체 중에는 제약업체가 많다”며 “일동이 가진 제약과 식품 분야의 강점을 활용하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웃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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