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美, 中 태양열 이어 풍력도 反덤핑조사… ‘무역전쟁’ 불붙었다

  • 동아일보

《 미국이 중국의 풍력발전 관련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양국이 모두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국가 차원의 성장산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제조업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중국 징지찬카오(經濟參考)보는 미 상무부가 중국산 풍력발전탑에 대한 덤핑 및 부당 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말 미국 풍력발전연맹이 미 상무부에 “중국의 관련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풍력발전 부품을 싼값에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반덤핑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
이에 앞서 미 상무부는 작년 11월 10일 중국의 태양열 패널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 기업들의 실제 손실이 확인되면 곧 2차 조사가 시작된다.

징지찬카오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시작됐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중국이 추진하는 7대 전략 신흥산업이 모두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7대 신흥산업은 신에너지, 바이오, 첨단 장치산업 등이 포함돼 있다.

미중 양국은 작년부터 무역과 관련해 난타전을 벌여 왔다. 지난해 8월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자 중국은 미국산 닭발에 최고 105%의 관세를 물렸다. 미국 상원은 그해 10월 환율감시개혁법안을 통과시켜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은 미국산 카프로락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이 정점을 맞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국은 대선이, 중국은 제5세대 지도부 등극이 예정돼 있어 양국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제조업 부흥을 국가 목표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양국 간 무역갈등이 첨예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9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무역 파트너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4일 국정연설에서 “중국과 같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조사하기 위해 무역집행부를 신설할 것”이라며 제조업 부흥을 위한 첫 단계로 공정무역을 역설했다.

후진타오(왼쪽), 오바마(오른쪽)
후진타오(왼쪽), 오바마(오른쪽)
수출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역시 ‘바오바(保八·연 8% 이상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는 밀릴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는 30일 “중-미 경쟁이 새 단계에 돌입했다”며 경제에서 촉발된 마찰이 군사 등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런민대 왕진빈(王晋斌·경제학) 교수는 “중-미 간 국제분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무역 불균형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쟁의 이면에 정치 변수가 깔려 있음을 지적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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