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는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면서도 학생을 위한 교육비가 아니라 교직원을 위한 돈으로 쓰인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책임은 교육 당국에도 있다.
기성회비는 열악한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만회하기 위해 사실상 학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만든 제도다. 연구비와 시설비에 쓰라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정부가 국공립대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업료 인상폭은 직간접적으로 규제하자 대학들은 기성회비를 올리는 편법을 택했다. 실제로 기성회비 인상률은 해마다 수업료 인상률의 배에 달한다.
국공립대는 이렇게 올린 기성회비를 49년간 교직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다가 이번에 철퇴를 맞았다. 국공립대는 교수는 물론이고 연구를 하지 않는 일반직 및 기능직 직원에게도 연구보조 교재연구 직무연구 같은 명목으로 1인당 연간 수백만∼수천만 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지급했다. 일명 급여 보조성 인건비다.
2010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40개 국립대가 2002∼2010년 기성회비를 이용해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2조8172억 원 지급했다. 기성회 회계에서 이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대 27%, 충북대 23.8%, 경북대 23%, 부산대 22.7%, 강원대 22.5%에 이른다.
장기근속자 격려비나 교직원 해외 연수비, 선물 구입비로도 쓰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A대는 장기 근속자에게 순금 5∼15돈(1돈은 3.75g)을 주느라 기성회비 1억9505만 원을 썼다. B대는 지난해 일반 직원의 20%가량을 해외연수 보내면서 기성회비 7625만 원을 썼다.
교과부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국립대의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없애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성회비를 폐지해 수업료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대는 기성회비로 인건비를 보전하지 않으면 교직원의 임금 수준이 너무 낮아진다고 항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