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농축산물 민감품목 합의 안되면 韓-中 FTA 본협상 시작 안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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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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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선(先) 민감분야 협의, 후(後) 본협상’의 2단계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농산물 등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한미, 한-유럽연합(EU) FTA보다 개방수준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감 분야에 대한 협상원칙을 정한 뒤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며 “(2단계 방식에 대해) 중국의 상당한 공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2단계 방식은 예비 협상단계에서 초민감·민감·일반 품목의 비중을 정하고 본협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정부는 1단계 협상에서 한중 FTA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축수산물을 민감 품목으로 미리 인정받은 뒤 2단계 본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1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중 FTA가 무산되더라도 본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농산물 등 민감한 분야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합의한 다음 협상을 하자고 했다”며 “민감품목 처리에서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2단계 협상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과의 FTA는 한미나 한-EU FTA와 같은 높은 수준의 FTA는 아닐 것”이라며 “중국이 거대 국가여서 우려가 크지만 중국 농산물을 많이 들여오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전체 농산물의 20%를 민감품목으로 양허(시장개방)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FTA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민감품목이란 쌀, 고추, 마늘 등 우리 국민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농산물 품목을 말하는데 20%를 생산비 비중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전체 농업생산액의 90%에 육박한다.

정부가 이처럼 농산물 개방을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중국 농축수산물이 한국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있는 데다 중국은 지금까지의 다른 FTA 체결 대상국과 달리 지리적으로 가까워 교역품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분석한 ‘한중 농산물 가격비교’(2010년) 자료에 따르면 분석 대상인 30개 농산물 품목 중 한국산의 가격이 중국산보다 싼 작물은 한 품목도 없다. 중국산과 비교한 한국산 농산물 가격은 적게는 2배, 많게는 15.5배에 달했다.

채소 같은 신선품목까지 교역할 수 있는 지리적 근접성도 위험요소다. 농경연 농업통상팀의 어명근 선임연구위원은 “한-EU FTA나 한미 FTA는 축산 분야에 피해가 집중됐지만 중국과는 모든 품목을 교역할 수 있어 사실상 전면 개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에 따른 국내 농업분야 피해는 한미 FTA 피해의 최대 4배 이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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