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 사모펀드, 국내銀 인수 금지’ 民意 묻는다

  • 동아일보

‘지분 4%나 9%내로 일괄 제한’… 금융위, 1분기 공청회 열기로
‘먹튀 논란’ 제2의 론스타 차단… 反외자정서 세계에 부각될 수도

미국의 론스타 같은 외국계 사모(私募)펀드가 국내 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는 입법안을 금융위원회가 공론에 부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9일 “올해 1분기(1∼3월) 중 금융 전문가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외국 사모펀드가 은행 지분을 살 때 그 한도를 4%나 9%로 제한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 방안이 확정되면 외국 사모펀드의 국내 은행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행 은행법에 외국 사모펀드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이 애매하게 돼 있어 ‘당국이 투기자본의 먹튀를 방조하고 있다’는 국민정서상의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사모펀드 규제안과 관련해 금융위는 외국 사모펀드가 국내 은행 지분을 예외 없이 4%나 9%까지만 취득하도록 일괄적으로 묶는 방안을 1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외국자본은 먹튀’라는 정서가 강한 분위기여서 이런 단순한 방안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차선책은 지분 취득한도를 설정해 놓고 나중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사후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대주주가 된 뒤 수시로 해당 사모펀드가 전 세계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 보유현황을 점검해 산업자본인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1호, 2호, 3호, 4호처럼 계열 펀드가 별도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투자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모든 계열 펀드의 자산을 들여다보고 그 결과에 따라 지분을 팔라고 한다면 사실상 국내 은행을 인수하려는 외국인이 없어질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위가 이처럼 고강도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파는 과정에서 불거진 ‘먹튀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모펀드 제한 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모아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자본을 거르는 대신 한국의 반(反)외자 정서가 국제사회에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금융위는 대주주 자격을 잃은 것으로 드러난 외국 사모펀드에 지분매각명령을 내릴 때 ‘공개된 시장에서 매각하라’는 식의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리는 근거도 은행법에 두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단순매각을 명령해 일각에서 “먹튀를 방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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