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가고… 평가 받고… 모임 잦고… 직장인 61% “연말이 싫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1. “도대체 1년간 뭘 했지”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입사 9년차 김모 과장(36)은 연말 자기평가를 하다 허탈해졌다. 한 해 동안 업무 공적을 적어내야 했는데, 딱히 쓸 말이 없었기 때문. 수첩을 뒤적였지만 하얀 여백뿐이었다. ‘분명히 다이어리 쓸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았는데…’. 좋은 평가를 받긴 글렀다고 생각하자 더 우울해졌다. 수첩을 앞으로 넘기다 작년 12월 세웠던 신년계획을 발견했다. 아이들과 더 친해지기, 주 1회 운동하기….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마땅히 이룬 게 없었다.

#2. “줄줄이 돈 나갈 일만 태산”

중견기업 이모 차장(34·여)은 얼마 전 몸에 물집이 잡히는 스트레스성 대상포진이 생겨 한참 고생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아이들 선물 챙기랴,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 용돈 챙기랴 돈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몸도, 마음도 고생했기 때문이다. 각종 연말모임 회비까지 내고 나니 갖고 싶은 것 하나 선뜻 사기 쉽지 않았다. 야근하며 연말 보고서를 처리한 뒤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보니 답이 안 나온다. 연말은 그저 ‘스트레스’다.

#3. “숙취에, 잔소리에 괴롭다”

건설회사 입사 초년병인 김모 씨(30)는 며칠 전 어머니가 “간에 좋다”며 지어온 보약을 먹고 있다. 이달에만 11번의 ‘술 전쟁’에 끌려가야 했다. 몸은 고달픈데 어머니는 “미련하게 주는 대로 마시지 말고 적당히 빠져나오라”고 잔소리, 부장은 “술 잘 마시는 것도 능력”이라며 닦달.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562명을 조사한 결과 61.2%가 연말에 평소보다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연말 스트레스로 속쓰림과 두통,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었다.

이들이 꼽은 연말 스트레스의 이유(복수 응답)로는 △과다지출에 따른 금전적 부담(49.1%)과 △한 해 동안 성취한 것이 없다는 허무함·자괴감(41.5%)이 주를 이뤘다. 이어 △잦은 모임에 대한 부담감(34.7%) △새해엔 뭔가 이뤄야 한다는 중압감(24.6%) △상대적 박탈감·외로움(22.4%) 순이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