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착한기업’ 전성시대

  • 동아일보

소비자 영혼 사로잡아야 하는 ‘마켓 3.0’ 본격 진입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들, 사회공헌 키우기 바쁜 행보



《마케팅 분야의 대가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오늘날의 시장을 ‘마켓 3.0’이라고 이름 붙였다. 단순히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해결에도 적극 참여해 소비자의 영혼을 사로잡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곳이 마켓 3.0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시장의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도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CSR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소비자가 먼저 찾는 ‘착한 기업’이라는 평판을 쌓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사회공헌 앞장서는 ‘국가대표’ 기업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CSR에서도 산업계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말 이웃돕기 성금 사상 최대금액인 30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쾌척한 데서 보듯 경영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일에 재계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 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던 1994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사회공헌 전담조직인 ‘삼성사회봉사단’을 꾸려 체계적 CSR의 중요성을 전파한 곳도 삼성이다.

LG그룹은 1969년 LG연암문화재단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등 6개 공익재단을 설립해 우리 사회 곳곳에 사랑의 온기를 전해온 기업이다. 이들 재단의 수혜자는 올해 9월 60만 명을 넘어섰다. LG는 올해부터 5년간 실적이 우수한 협력업체에 1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키로 하는 등 동반성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탑(Top) 5’에 이름을 올린 현대차 그룹은 자신들의 성공비결을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통해 쌓은 부품 품질 경쟁력”이라고 설명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2009년부터 품질기준을 통과한 협력업체에 각종 혜택을 주는 ‘그랜드품질 5스타’ 제도를 시행 중이며 2·3차 협력업체를 위해서도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STX그룹은 “나눔과 상생의 문화 확산이 풍요롭고 건강한 사회발전을 이룬다”는 강덕수 회장의 신념에 따라 모든 구성원이 사회공헌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매년 두차례 열리는 ‘STX 해피봉사 주간’은 전 계열사 임직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페스티벌이다.

○ 핵심역량을 CSR에 투입


업종 고유의 역량을 CSR에 접목하는 기업도 많다. SK텔레콤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취약계층 학생에게 태블릿PC와 교육용 콘텐츠를 무상 제공하는 ‘T 스마트러닝’은 대표적인 SK텔레콤의 CSR 활동이다. 통신업계 라이벌 KT도 ‘IT 서포터스’를 꾸려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KT 직원들과 자원봉사 대학생으로 꾸려진 서포터스는 IT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을 찾아가 주민들에게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보급, 사용법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대표적 CSR 활동은 2000년부터 12년째 이어온 무주택 서민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이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는 이 사업을 해외에서도 벌이고 있다. 부영그룹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학교에 기숙사, 도서관, 체육관 등을 지어주는 교육시설 기부사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대에 기증한 100억 원 규모의 ‘우정 글로벌 사회공헌센터’도 그 중 하나다. 대림산업은 협력업체의 경영능력 제고와 판로 확보를 돕기 위해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운영하면서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재무컨설팅도 무상 지원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와의 기술 노하우 공유를 통해 그간 11건의 새로운 기술개발도 공동으로 해냈다.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여성암 환우를 방문해 메이크업, 피부관리 노하우를 가르치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을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벌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수입사인 골드윈 코리아는 2005년부터 매년 4000만 원어치 이상의 방한 의류와 신발을 기부하고 있다. 유니베라는 자사의 알로에 소재 건강기능식품 판매액 중 일정액을 적립해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비타민을 기부하는 ‘힐링잎의 기적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협력업체·지역사회와 ‘함께 더 멀리’


협력업체·지역사회와의 공생발전도 CSR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국내 최대의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해 ‘파워에너지론’ 등 4가지 분야의 중소기업 대출자금을 조성해 올해 초까지 3800여억 원을 지원했다.

정유업계 사상 첫 수출 200억 달러를 달성한 GS칼텍스는 지역사회 기여에 힘 쏟고 있다. 공장이 있는 전남 여수시에서 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 조성사업을 하는 것은 그 대표적 예다. 이 회사는 여수 인근 섬 지역 학생들을 위해 원어민 영어교실도 열고 있다.

CJ오쇼핑은 연 매출 5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제품을 선정해 디자인 개선을 돕는 무료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당기업이 제품을 자사 TV홈쇼핑, 인터넷몰에서 팔 때 수수료를 일정기간 면제해주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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