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자본주의’ 일자리로 풀자]<2>中企 고용 토양 바꿀 8가지 성분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용만큼 법인세 혜택, 공기업 갈땐 中企경력 가산점 주자

《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봉, 미래 비전의 부재, 낮은 경쟁력, 중소기업을 향한 차가운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신규 일자리 확충은 중소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정부는 중소기업으로 일자리의 물꼬가 트일 수 있도록 일자리를 늘리는 중소기업에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강해야만 일자리 부족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중요하다. 이런 제도와 인식의 변화 없이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청년들에게 사회가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동아일보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따른 중소기업의 만성적 인력난과 청년실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8가지 일자리 대책을 제안한다. 》
○ 대기업과 현격한 연봉격차 줄이려면

①고용 꾸준히 늘리면 법인세 50%와 상속세 감면해 주자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층에게 무작정 눈높이를 낮출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새로 직원을 많이 뽑는 중소기업들에 파격적인 법인세나 상속세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최근 고용 창출 기업에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내용의 정부 입법안을 감안할 때 5년간 120% 이상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법인세 50%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상속 후 10년 이상 고용 규모를 최대 120% 이상 유지한 중소, 중견기업에 상속 재산액 500억 원까지 세금을 면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②정책자금 받으려는 중소기업은 반드시 연봉 정보 공개해야=상당수 청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 채용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 보수가 좋은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해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자칫 부실한 중소기업에 속아서 입사하면 금같이 귀한 젊은 날의 경력을 날려버릴 수 있다.

올 초 대학을 졸업하고 1년 가까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용순(가명·29) 씨는 “대기업 취업을 포기하고 중소기업 채용공고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지만 기본급만 간단히 언급돼 있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반면에 대기업은 언론이나 공시제도를 활용하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거꾸로 유망 중소기업도 구직자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 때문에 채용시장에서 자신들의 빛이 바래는 것을 아쉬워한다.

기업들이 투자설명회(IR)에서 재무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듯 정책자금을 신청한 중소기업은 연봉과 복리후생, 인사관리 등 채용 전반에 관련된 정보를 구직자들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를 고려할 만하다. 중소기업은 이런 정보를 공개하려면 사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연구위원은 “채용정보 공시와 함께 개별 중소기업 소개와 비전, 채용정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DB)’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수한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가도록 만들려면


③공공기관 취업 시 중소기업 경력에 대해 가산점을 주자=청년층의 고질적인 취업 기피와 더불어 최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출입국 관리 강화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청년들 사이에서 취업 1순위로 꼽히는 공기업 입사시험에서 중소기업 경력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가산점제가 시행되면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공기업 입사를 위한 정거장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근무 경력을 최소 3년 이상으로 제한해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해 주면 이런 문제점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정인호 인력정책실장은 “용접, 주조 등 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은 당장 쓸 사람이 없어서 매출이 줄고 있다”며 “공공기관으로의 이직 가능성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연관 업종의 중소기업에서 쌓은 근무경력에 대해 가산점을 주면 공공기관에도 이득이 된다. 예컨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처리 분야 중소기업 경력자를, 한국전력은 송배전망 유지보수 중소기업 경력자 등을 뽑으면 이들의 업무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상당 수준의 업무지식을 갖춘 중소기업 경력자들에 대해선 교육비용을 아낄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④정부가 돈을 대 정년퇴직 전후 박사급 인력을 중기에 공급=정부출연 연구기관 혹은 민간 연구소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박사급 연구자를 중소기업이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자는 의견도 있다. 퇴직 연구인력들에게는 재취업 기회가 열리고, 중소기업은 이들의 고급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대기업 퇴직 임원이 중소기업에 경영컨설팅을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양금승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정년 때문에 한창 일할 나이에 그만둔 인재들을 중소기업으로 대거 끌어들이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⑤대기업 인턴 중소기업 파견제=대기업 인턴을 3∼6개월간 협력 중소기업에 파견해 중소기업 인력 확충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끈다. 파견 기간이 끝나면 본인 의사에 따라 중소기업에 남거나 모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 이때 중소기업이 꼭 잡아야 할 인재라고 판단하면 해당 인턴에게 대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이나 직위를 보장하면 된다. 서강대 경영학과 임채운 교수는 “상당수 인턴이 대기업으로 돌아가겠지만 본인 적성이나 협력사가 보장하는 임금 수준에 따라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면 양측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⑥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취업하는 장학기금 도입=대기업이 장학재단을 만들어 인력을 양성하는 것처럼 중소기업도 정부 고용보험기금과 중소기업계 출연을 받아 ‘인재육성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4년간 중소기업 장학금을 받은 청년은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 후 의무적으로 3년 이상 우수 중소기업에 근무하도록 하면 된다.
○ 중소기업 근로자 1등 신랑감으로 만들려면

⑦중소기업 명칭 ‘전문기업’으로 바꾸자=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간판’ 문제가 꼽힌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구직자들이 기업 간판에 민감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기연구원 백필규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어감에서부터 대기업에 비해 차등화, 열등화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각종 법규에서 ‘×× 전문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중소기업기본법상 종업원 수 300인 미만 등의 조건을 가진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는 최근 종업원이 수백 명에 불과한 데도 세계시장 1위를 달리는 ‘글로벌 강소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름을 바꾼 이후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 몰리면서 공단의 이미지가 바뀐 것도 참고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많이 들어선 공단 안에 전시관 등 문화공간을 조성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근로생활의 질(QWL)’ 사업도 중소기업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⑧기술·인력 빼가는 대기업은 엄하게 처벌해야=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과 인력을 빼앗아 창업 생태계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정당한 값을 치르고 사는 관행이 정착돼야 청년들의 창업의지가 꺾이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성공한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공급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 마권발매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기술 탈취로 회사 문을 닫은 김모 씨 사례는 중소기업 기술 보호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김 씨는 매출액 2000억 원이 넘는 H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1년간 도면과 모조품을 보내며 공동개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제품이 완성 단계에 이르자 H사가 기술만 취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다. H사가 특허를 먼저 청구한 데다 운영 자금마저 바닥이 나 김 씨는 중도에 소송마저 포기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연구위원은 “기술, 인력을 훔친 대기업이 해당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그런 시도를 다시 못하도록 중소기업 기술보호 관련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