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팬츠 입고 즐기는 오프로드, 지프 랭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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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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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너머 속도계 바늘은 시속 120km를 가리키고 있다. 멀리 인천 영종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보조석엔 카메라 가방하나 덩그러니 놓였고 기자는 홀로 지프 랭글러 루비콘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다.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곳이 온로드가 아닌 오프로드라서 더욱 반가운 것은 랭글러를 탔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해 항상 굳건한 자세를 유지할 것만 같던 오프로더의 아이콘 랭글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2월 신형 엔진과 내부를 고급화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뉴 랭글러 루비콘으로 새롭게 선보인 것.

외관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속은 신형 엔진을 탑재해 출력과 토크, 연비가 좋아졌다. 무엇보다 편의성이 향상된 실내의 변화는 눈여겨 볼 부분. 결국 이런 변화가 랭글러를 오프로드 마니아나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여성 운전자도 탈 수 있는 차량으로 바꿨다.

초대 모델부터 이어져온 독창적인 디자인 요소인 전면 7개의 수직그릴과 좌우의 둥근 헤드램프, 사다리꼴 휠 하우스는 여전히 단단한 인상을 풍긴다. 옆모습은 직각으로 세운 전면 유리와 프리덤 탑(Freedom Top) 방식의 검정색 루프가 강렬하다. 전면 유리는 앞쪽으로 접을 수 있으며 검정색 루프는 수동으로 개폐가 가능해 오픈카로 즐길 수도 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검정색과 짙은 갈색을 주로 사용했고 주요부위는 크롬과 메탈로 포인트를 줘 세련된 느낌이다. 이전 모델은 투박한 단일 검정색으로 답답함을 풍긴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핸들은 이전 4스포크 타입에서 그랜드 체로키와 동일한 모양의 3스포크 타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앞뒤로 조절이 가능한 텔레스코픽(telescopic) 기능은 배제됐다.

센터페시아는 에어컨 부근의 디자인을 단순화시켰으며, 이전에 없던 사이드미러 조절버튼도 눈에 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지만 장시간 주행에 느끼는 시트의 불편함은 여전했다.

새롭게 탑재된 2.8리터 디젤엔진은 성능과 연비를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힘은 기존 177마력에서 200마력으로 23마력 상승했으며, 최대토크 또한 40.8kg·m에서 46.9kg·m으로 15% 향상됐다.

개선된 엔진은 유로5 배출가스 기준에 적합한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확보했다. 2도어 모델의 공인연비는 10.7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252g/km. 4도어 언리미티드 모델은 각각 10.4km/ℓ와 260g/km로 기존 모델 대비 10% 이상 개선됐다.

인천 영종도 오프로드 코스의 진입에 앞서 쭉 뻗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온로드 주행성능을 시험했다. 먼저 60km/h 이하 저속에선 단단한 승차감을 전달하며, 높은 차체는 먼 거리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을 줬다.
핸들의 조향감각은 일반 SUV보다 부족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의 느린 회두성(回頭性) 때문에 커브길을 빠져나와 직진코스로 진입 시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며 불안했다.

수치상으로 향상된 엔진의 성능을 경험하기 위해 과감히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다. 계기판 우측의 rpm 게이지가 2500에서 4000으로 상승하며 엔진에서 큰 굉음이 울렸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은 더디게 오르고 100km/h 이상의 속도에선 과도한 풍절음과 함께 육중한 차체로 인해 뒤뚱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출력과 토크는 이전 모델 보다 낮은 회전수에서 동일한 힘을 발휘하도록 세팅돼 60~90km/h의 정속 주행구간에서 안정적인 속도유지가 가능했다. 주행을 마치고 측정한 연비는 12km/ℓ를 선회했다.

다음은 오프로드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일반차량이라면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코스에 도전했다. 시작부터 험난한 각도의 자갈길을 역시나 뛰어난 등반능력을 발휘하며 거침없이 올랐다.
차량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온로드와는 또 다른 가속페달 반응에 운전이 재미있다. 좌우로 핸들을 돌려가며 유연하게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험한 코스를 거침없이 질주했다.

오프로드에 적응한 뒤 좀 더 자극적인 모험을 감행했다. 지난여름의 폭우로 유실된 듯 보이는 움푹 파인 도랑 건너기에 도전했다. 시작부터 차체가 앞으로 쏠리고 뒤쪽 바퀴가 공중에 뜨는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반적인 차량에선 상상도 못할 성능을 발휘하며 스스럼없이 전진한다. 그리고 다시 앞쪽 바퀴가 뜨고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 졌지만 여유롭게 도랑을 탈출한다.

오프로드 주행과 관련한 스위치를 한데 모아 운전의 편의성을 높인 점도 후한 점수를 줄만하다. 극한 노면조건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전자식 전복방지장치(ESP, ERM),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S)와 험로탈출을 위한 구동력 잠금장치(AXLE LOCK), 스웨이드바 분리장치(SWAY BAR) 등은 랭글러의 독보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선사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지프 랭글러는 확실히 오프로드 코스에선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도로에선 개성 넘치는 외모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매일 랭글러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거나 한 달에 한두 번 떠나는 여행을 위해 소유하기에는 여전히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지프 랭글러의 국내 판매가격은 2도어 루비콘 모델이 4690만원, 4도어 언리미티드 모델이 4990만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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