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車, 공개 리콜 기피… 쉬쉬하며 무상수리

동아일보 입력 2011-11-18 03:00수정 2011-11-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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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社 올해 리콜 22만대-무상수리 64만대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리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해 뒤늦게 제작 결함이 드러나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단순한 정비로 문제를 해결하는 업체의 미온적인 대응에 소비자의 원성이 크다.

리콜은 자동차업체가 안전에 지장을 주는 제작 결함을 인정하고 담당부처인 국토해양부를 통해 이를 공개적으로 알려 수리, 교환, 환불 등의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리콜 조치 이전에 자비를 들여 수리했다면 수리비를 돌려준다.

반면 업체들이 ‘캠페인’이라고 부르는 무상수리는 결함 사실을 공표할 의무가 없다. 소비자가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정비를 요청해야 한다. 업체가 반드시 수리를 해 주어야 할 의무도 없으며 소비자가 앞서 자비로 결함을 수리했더라도 이를 증명해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 기간은 리콜이 18개월, 무상수리는 1년이다.

동아일보가 17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의 리콜 및 무상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10월 말까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5사는 총 14건의 무상수리 조치를 했다. 해당 대수는 64만6687대다. 같은 기간 국산차 리콜 건수는 총 7건, 해당대수는 22만여 대(이륜차 제외)에 불과하다. 수입차는 23차례에 걸쳐 2만여 대를 리콜했으며 무상수리 조치는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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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제조업체들이 리콜을 기피하는 이유는 공개적인 결함 인정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고 비용 부담도 무상수리보다 더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산차 업체들은 무상수리 대상 차량의 결함은 안전 문제가 아니므로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올해 무상수리 조치를 한 차량 결함 중 일부는 안전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 5월과 7월 무상수리 조치된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TG의 경우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 한국GM 올란도와 크루즈는 물이 차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결함으로 8∼9월 무상수리 조치를 시작했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차량 운행 시 불편함은 물론이고 도로에서 시동을 끄고 정차한 뒤 추돌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누수 현상은 합선에 따른 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차 카이런의 차량 부식 현상은 내구성과 직결될 수 있다.

현대차는 최근 신형 그랜저 구매자들 사이에서 “실내로 배기가스가 유입된다”는 불만이 나오자 이달 초 비공개 시연회를 거친 뒤 사실을 확인하고 무상수리를 결정했으며 지난달부터 생산하는 차량부터는 문제를 개선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의 이정주 회장은 “외국에서는 리콜은 물론이고 심각할 경우 교환이나 환불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에도 국내에선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차 업체들의 결함 대응이 미진한 것은 리콜 시행 강제권을 갖고 있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국토해양부가 리콜 시행을 명령할 수 있다. 소비자 및 시민단체의 신고나 언론 보도를 통해 결함이 드러나면 산하 기관인 자동차성능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하는 ‘후속 대응’이다.

한국소비자원 김종훈 자동차 조사위원은 “소비자 불만 접수창구인 소비자원은 제조사에 해결을 ‘권고’할 수 있을 뿐 강제권한은 없다”며 “권한을 갖고 있는 부처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차의 안전 확보를 위해 시행하는 인증제도가 선제적이지 못하다는 문제도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동차 안전기준을 제작업체가 스스로 인증하는 ‘자가인증제도’를,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은 신차 판매 전 정부가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형식승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리콜이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일이 아닌 적극적인 문제 해결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제적인 리콜은 부정적인 인상을 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키울 수 있는 길”이라며 “업체는 결함이 있으면 소비자의 시각에서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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