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vs 개미 ‘空매도 전쟁’… 몸살 앓는 ‘코스닥 대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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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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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 금융주를 제외한 ‘공(空)매도’ 금지 조치가 풀리자마자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간에 ‘공매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매도 물량이 특정 종목에 집중되면서 공매도 전체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과 이를 방어하려는 개인 간의 자존심이 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첫날인 10일 코스피시장 공매도 수량은 923만 주, 금액으론 3808억 원에 이르렀다. 금액 기준으로 따지면 역대 네 번째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 5일 4325억 원 이후 최대치다. 수량 기준으론 역대 세 번째로 2008년 9월 10일 1127만 주 이후 가장 많았다.

○ 코스닥 시가총액 1위가 격전지

최대 격전 종목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대장주’ 셀트리온이다. 10일 이 종목 전체 거래량의 14%에 이르는 48만 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7.7% 하락했다. 이어 11일에는 거래량의 10.48%인 117만 주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나오는 등 15일까지 4거래일 동안 총 234만7500여 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 기간 셀트리온 전체 거래량의 7.51%에 이르는 물량이다.

공매도 거래가 해당 종목 전체 거래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2∼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시가총액 4조 원의 셀트리온에 이렇게 공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과 개인 간에 벌어진 ‘공매도 전쟁’은 자존심 싸움으로 비친다.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하는 것은 주가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다. 개인들은 이런 외국인들의 전략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들의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모두 받아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인터넷 증권 관련 게시판에 ‘우리가 외국인과의 싸움에서 힘을 보여주자’ ‘멋지게 한 방 날려주자’는 글을 올리며 셀트리온 주식 보유 및 추가 매수를 독려했다. 실제로 11일에는 공매도로 13%까지 빠졌던 주가가 개인들의 분전으로 3% 반등세로 돌아섰다.

○ 루머 강력대응에도 ‘공매도 물량’


공교롭게도 공매도가 진행되는 동안 임상시험 실패설, 회장 도주설 등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성 루머도 함께 퍼졌다. 셀트리온은 이런 악성 소문이 대량의 공매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은 “4월과 5월 외국계 투자가의 공매도가 집요하게 이뤄졌으며 공매도 물량이 전체 거래량의 20%를 넘은 적도 있었다”며 “이때의 공매도 중 대부분이 상환되지 않았는데도 최근 공매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당시 3만5000∼3만6000원에서 7월에 5만400원까지 상승해 외국계 투자가들이 공매도한 주식을 아직 다 상환하지 못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그렇다면 ‘공매도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개인들은 아직은 더 막아낼 수 있다며 의욕을 다지고 있지만 문제는 공매도 물량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공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대차거래 물량 500만 주 가운데 200만여 주가 시장에 나왔다”며 “나머지 300만 주 규모의 공매도 물량이 언제든지 추가적으로 쏟아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론 공매도 물량이 나올 것에 대비해 매매를 자제한 뒤 물량이 소진되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매도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물량이 많다는 것은 매수 대기 물량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공매도가 많이 나오는 당일에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이후에는 반등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공매도 ::

특정 종목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가 앞으로 이 종목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현재 가격으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으로 다시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얻는 매매방식. 해당 종목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상승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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