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SKT 품으로… 우선협상자 선정 3일만에 인수계약

  • 동아일보

3조4267억… “양측 모두에 윈윈” 평가

하이닉스의 ‘새 주인 찾기’는 길고 험난했다. 2001년 10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이후 10년을 끌었다. 하지만 일단 입찰이 이뤄지자 매각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SK텔레콤은 14일 하이닉스 채권단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0일 하이닉스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1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불과 3일 만에 이뤄진 ‘초특급 인수계약’이다.

앞으로 SK텔레콤이 완벽히 하이닉스의 주인이 되려면 정밀실사와 정부의 인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미 수개월에 걸쳐 예비실사를 진행하면서 하이닉스를 파악해 왔고, 정부로서도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아 독과점 우려가 없는 SK텔레콤의 인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사실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SK텔레콤 측은 “남은 절차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내년 1분기(1∼3월) 내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3조4267억 원, SK그룹의 ‘의지’


이날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구주) 4425만 주를 1조841억 원, 새로 발행하는 주식(신주) 1억185만 주를 2조3426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 3조4267억 원으로 당초 예상됐던 인수 가격(약 3조1000억 원)보다 약 10% 늘어난 액수다. SK텔레콤이 이처럼 프리미엄을 얹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건 그만큼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SK그룹 관계자는 “반도체라는 축을 더한다는 건 무엇보다 글로벌 상품이 기존의 한 가지(에너지화학)에서 두 가지 영역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라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붙어 있던 ‘내수 기업’이란 딱지를 떼고 하이닉스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데 대한 그룹 차원의 기대가 큰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SK텔레콤과의 시너지도 노려볼 만하다. 현재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SK그룹의 정보기술(IT) 관련 계열사는 통신(SK텔레콤)부터 시스템통합(SK C&C), 플랫폼(SK플래닛), 인터넷(SK커뮤니케이션즈), 전자상거래(11번가) 등 다양한 사업에 걸쳐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서비스 분야에 국한돼 있고 IT 하드웨어 분야는 SK텔레시스가 통신장비와 휴대전화 제조를 일부 맡아왔던 게 전부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SK텔레콤은 IT 하드웨어 분야의 핵심인 반도체 제조업까지 포함한 IT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진용을 갖추게 된 셈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인수에 대해 “하이닉스 인수로 SK텔레콤은 이동통신과 플랫폼 비즈니스 이외에 반도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이닉스와 SK텔레콤 윈윈


이번 계약은 양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로서는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반도체는 경기 영향이 큰 산업인데 모기업인 SK텔레콤은 통신업의 특성상 불황에도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는 회사다. 불황이면 투자가 중단되곤 했던 하이닉스가 SK텔레콤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회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으로서는 하이닉스의 글로벌 영업망을 이용해 IT 서비스업의 해외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라는 차원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라며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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