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원자재 가격·펀드 수익률 급락… 꺾어진 날개 다시 날수 있을까

  • 동아일보

달러화 가치 상승·경기침체로 원자재 가격 급등
투자용 금 수요 여전… 금가격 상승세 이어질 듯


《‘잘 나간다던 말, 이제는 옛말…’ 한동안 유망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원자재 펀드가 최근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힘입어 원자재 펀드 투자를 서둘렀던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뚝뚝 떨어지며 펀드 수익률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펀드는 잃어버린 날개를 되찾을 수 있을까.》
○경기둔화 우려로 원자재값 하락


올해 들어서만 7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인기를 끌던 원자재펀드가 최근 들어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달러화 가치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온스당 190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금 가격은 1630달러까지 내려왔고 소맥(밀) 가격은 8월 말 부셸(약 27.2kg)당 760달러 선에서 600달러 초반으로 20%가량 하락했다. 원유는 다른 원자재에 비해 하락폭이 덜하긴 하지만 수요 감소 우려로 서부텍사스유(WTI)가 한때 배럴당 8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유와 옥수수, 커피, 알루미늄, 대두, 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8월 이후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면서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중에서 비중이 가장 크고 경기에 민감한 상품인 원유가격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4월 말과 이달 초를 비교해보면 원유가격은 24.7%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제원자재 가격지수인 CRB 지수는 16.2% 하락했다.

주요 원유 관련 펀드는 유가 하락에 따라 모든 구간에서 손실을 나타냈다. 원유 펀드는 원유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파생형 펀드와 원유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나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과 원자재 시장의 동반 하락으로 올해 들어서는 주식형 원유펀드의 수익률이 파생형펀드에 비해 조금 더 부진했지만 1년 이상의 구간에서는 주식형 원유펀드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펀드 수익률도 울상

최근 원자재 펀드는 원유, 천연자원, 금, 농산물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수익이 나쁜 편이다. 수익률이 가장 많이 나빴던 것은 주로 천연자원, 광업 관련 펀드들이었다.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4.10%였으며 ‘신한 BNPP포커스이머징원자재증권투자신탁’의 수익률 역시 -25%대였다.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투자신탁’ ‘슈로더이머징원자재증권투자신탁’ ‘프랭클린내츄럴리소스증권자투자신탁’ 등의 수익률도 -20%안팍으로 저조했다.

최근 금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금펀드의 손실도 큰 편이다. 주식형, 재간접형, 파생형, 상장지수형(ETF) 등으로 구분되는 금펀드는 최근 1개월 간의 평균 수익률이 -6.34%였다. 다른 테마주 펀드들에 비해서 한참 뒤쳐지는 성적이다.

농산물펀드의 수익률도 부진했다. 농산물펀드는 농업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농산물 지수에 관련된 장내외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나뉜다.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투자신탁(일반상품-파생형)의 3개월 수익률은 -7.23%, 6개월 수익률은 -13.18%였다. 다만 1년 수익률은 8.34%, 2년 수익률은 34.81%로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선전한 편이었다.

○향후 전망은 금이 유리

그렇다면 원자재 펀드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 우선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로 원자재에 대한 투기 수요가 감소했고, 내년 글로벌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 원자재 가격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실수요가 있는 원유와 인플레이션 회피 기능이 있는 금을 제외하고 천연 광물과 농산물 가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시장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북반구의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조정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규 투자를 하기엔 부적절한 시기란 얘기다.

하지만 원자재 펀드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가격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만한 요인이 당분간 별로 없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기존 투자자라면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 원자재 펀드 중에서도 금 펀드는 앞으로 가장 회복세가 점쳐지는 종목이다. 유럽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불안정해 안전자산이 선호되고 있고 투자용 금수요도 여전해 금가격의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도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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