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세점의 수수료 전쟁…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9시 33분


코멘트
면세점 수수료를 대폭 낮춰달라는 구찌의 요구를 한국면세점 사업자들이 수용했는지를 두고 분쟁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18일 구찌의 한국지사인 구찌그룹코리아는 국내 면세점 4곳에 수수료를 10% 포인트씩 인하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당사자가 모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내년 봄ㆍ여름 상품부터 수수료를 인하해 적용하겠다고 제안했고 면세점이 그럼에도 해당 시즌 제품을 주문했기 때문에 동의로 간주하겠다는 것이 구찌의 입장이다.

하지만, 면세점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롯데면세점이 "수수료 변경 자체가 없었다"며 전면부인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있는 매장에 구찌를 들여놓기로 했지만 예정된 시점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구찌가 소송 가능성을 예고하는 최고장을 보내는 등의 갈등 상황을 고려하면 롯데가 선뜻 구찌의 요구를 들어줬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신라면세점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신라가 루이뷔통을 인천공항에 유치하기로 한 뒤 구찌가 갑자기 신라면세점의 매장 2개를 철수했기 때문이다. 구찌는 신라가 운영하는 시내 면세점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다는 입장이지만 신라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화면세점과 파라다이스면세점은 구찌와 시장 지분이 큰 롯데나 신라의 움직임이 수수료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로서는 구찌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제안에 반대하는 게 현실성이 없지만 그렇다고 명확한 동의 표시를 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면세점들이 내년 봄ㆍ여름 상품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패션업계는 제품 판매 시점보다 1년 가까이 앞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일단 발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면세점의 입장이다.

비록 구찌가 수수료 변경을 제안했더라도 서면으로 동의하지 않은 이상, 이 문제는 별개로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제품 전달과 대금 결제 및 수수료 정산 시기가 되지 않아 양측의 의견 차이는 물밑에 가라앉아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해야 한다"며 "구찌의 지위가 면세점보다 우월하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서 어떻게 전개될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체와 입주업체 간의 수수료를 조사하는 가운데 업체별로 차이가 큰 수수료가 문제가 되고 있어 구찌의 수수료 인하 요구 자체가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것이었는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