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에 핀 꽃은 내 딸이고, 열매는 내 아들입니다. 내 나이가 80, 90세가 돼도 내가 키운 작물들이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 내 꿈은 그겁니다.”(홍쌍리 청매실 농원 대표)
전남 광양시 다압면에 있는 청매실 농원. 이름 그대로 매실을 키워 내다파는 매실농장이다. 그런데 이 농장을 찾는 사람의 수는 연간 150만 명, 매출액은 40억 원에 이른다. 이 매실농장엔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청매실 농원은 풍광부터 다르다. 산등성이 가득 심은 매화나무에는 매년 봄 눈꽃 같은 꽃송이들이 달린다. 농장 아래쪽에는 3000개의 항아리가 있는데 매실 고추장, 매실 된장, 매실 장아찌 등 매실을 활용한 각종 장류들이 익어간다.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전통 초가집, 그 뒤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한국식품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홍 대표는 “매실을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자연의, 신체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키우고 있다”며 “주변에 야생화 군락을 조성하고 유기농업 기술을 실천하는 등 ‘자연의 생명력’을 최대한 살린 게 농장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 유지하며 이뤄지는 농업은 ‘생명자본주의(vita capitalism)’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다. 생명자본주의란 산업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등 기존의 자본주의 패러다임과 달리 자연과, 이를 활용한 ‘생명 산업’이 주가 되는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은 올해 3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와 함께 ‘생명자본주의 포럼’을 결성했다. 농진청은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생명자본주의와 농업의 새로운 가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도 열 계획이다.
농진청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산물 시장의 개방이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더는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가격이나 규모에서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농산물이 단순한 먹거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연, 예술과 접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어령 포럼 위원장 외에도 인문·사회, 경제·경영, 과학기술·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생명자본주의와 농업의 연계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자연주의 농장으로 이름 난 청매실 농원의 홍 대표와 충북 청원 다알리아 한우농장의 이종범 대표도 참석해 자신들의 성공 사례를 발표한다. 다알리아 한우 농장은 농장 주변에 100여 종의 화려한 색감의 꽃을 가득 심고 클래식 음악을 튼 채 소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동물복지형 ‘예술한우’ 사육으로 유명하다.
농진청은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 농업인들에게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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