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할머니가 선박 정비 교육 받았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민간위탁 직업교육 엉터리… 60%가 70세 넘는 고령자
훈련비 지급 혈세만 낭비

정부가 근로자 양성을 위해 민간에 교육을 위탁하는 ‘국가 기간·전략산업 직종훈련’ 제도가 취지와는 달리 업체 배불리기에만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80세 넘은 할머니가 선박정비 훈련을 받고 수당을 받아가는 일도 생겼다.

7일 고용노동부가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0·2011년 민간위탁 훈련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광주의 S직업전문학교 선박기관정비 과정에 등록한 훈련생 102명 가운데 61명이 70세 이상 고령자였다. 이들 가운데 박모 씨(85)와 다른 박모 씨(85·여), 배모 씨(83·여), 양모 씨(83·여), 윤모 씨(80) 등 80대 노인도 5명 있었다. 80세 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선박 수리 교육을 받은 것이다.

S전문학교는 지난해 선박정비 외에 창호제작 과정까지 총 152명을 위탁받았다. 이 중 70세 이상 훈련생은 77명이나 됐고 50대 이하 훈련생은 5명에 그쳤다. 홍 의원 측은 “위탁받은 인원을 채워넣기 위해 직업학교가 노인층을 모집해 등록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부 역시 해당 업체의 ‘노인 끼워 넣기’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업학교 입장에서 위탁받은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그런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S직업전문학교를 올해 위탁교육 과정에서 배제시켰다.

하지만 고용부는 위탁 배제 외에는 해당 학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학교는 지난해 훈련비로만 2억5900만 원을 고용부에서 지급받았지만 예산 반납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 측은 “나이 많은 사람을 교육한 것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 처벌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올해부터 해당 훈련과정에 청년층(15∼29세) 비율을 70% 이상으로 맞추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올해도 전북 익산시의 D직업전문학교의 경우 전체 370명의 위탁생 중 18.1%인 67명이 70세 이상으로 구성되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