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W 代父’ 선언… “제값 주고 사 한국의 잡스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 SW산업 활성화 ‘三行 전략’ 발표

최근 한국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애플이나 구글 같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휘둘리는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KT가 29일 소프트웨어 하청업체 지원을 위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을 맡은 하청 중소업체에 제값을 주겠다는 것. 게다가 지식재산권도 하청 중소업체에 되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방안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면 IT 산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청년 실업난 해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지식재산권도 돌려주겠다”

이석채 KT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며 ‘소프트웨어 가치판단 혁신’ ‘소프트웨어 개발 여건 지원’ ‘소프트웨어 시장진출 지원’ 등 ‘3행(行) 전략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소프트웨어를 살 때 인건비가 아니라 수요와 미래가치로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한마디로 제값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기업과 공공기관 모두 소프트웨어 가격에 대한 판단 기준은 인건비였다. 예컨대 A기업에서 5명의 인력이 60일 동안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면 5명의 인건비에 60을 곱한다. 만약 B기업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1명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10일 동안 만든다고 하면 A기업이 받는 돈의 30분의 1밖에 못 받는 구조다.

KT에 따르면 앞으로 B기업의 소프트웨어 가격도 A기업과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소프트웨어가 애플의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IT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 이상의 돈을 과감하게 지불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제2, 제3의 잡스’를 육성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KT는 이 같은 ‘가치구매’ 방식으로 내년에 300억∼500억 원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2015년까지 연간 3000억 원으로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1∼3월)에 구체적인 가격 산정기준을 공개하고 이를 전담할 조직도 신설한다.

○ “SW 지원책 공공기관으로 확대돼야”

이 회장은 “최근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만났는데 스스로를 3D 업종에 종사하고, ‘꿈이 없는(Dreamless)’ 인재라고 말했다”며 “소프트웨어 구매 관행을 바꿔 1인 개발자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1인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실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최근 신규 채용을 해보면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을 정도로 인재가 몰린다”며 “하지만 기업이 채용을 통해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10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건설 분야의 고용창출 효과가 18명인 반면에 소프트웨어 산업은 24.4명에 이른다”며 “KT의 소프트웨어 지원책이 공공기관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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