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현실은… 고졸 채용 늘린다지만 대부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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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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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은 대대적인 고졸 채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올 하반기 300명 이상을 고졸로 뽑을 예정이고 우체국시설관리지원단(60명), 한국건설기술연구원(33명), 한전KDN(20명)도 20∼60명의 고졸 신입 사원을 뽑는다. 8월에 고졸 사원 24명을 선발한 한국전력은 연말까지 9명 이상의 고졸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산하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지식경제부는 연말까지 550명의 고졸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공채 예정인원 50명 중 5명을 고졸로 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대부분이 예정에 없던 고졸 채용을 부랴부랴 진행한 측면이 있어 고졸 채용이 정착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공기관 고졸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일자리 중 상당수는 ‘청년인턴’이어서 일선 학교들은 공공기관 취업 추천에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지만 6개월 남짓 인턴을 마치고 정식 채용이 되지 않으면 자칫 취업도, 진학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하지 않던 고졸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미숙한 점도 많다. 요즘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채용할 만한 인재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이 돌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대개 성적 상위 4∼5% 이내 학생들을 원하는데, 이 정도 상위권 학생은 1학기 초에 일찌감치 대기업, 증권사 등이 입도선매해 원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 전문계고에서 신입사원을 뽑아본 적이 없는 공공기관들은 “일단 원서라도 제출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뒤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응시하면 “역시 쓸 만한 애들이 없다”며 고졸 채용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정부가 압박하니 일단 채용에는 나서지만 어떻게 뽑을지, 교육은 어떻게 할지, 무슨 일을 맡길지 세세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상당수 공공기관의 현실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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