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외환당국, 환율방어 시장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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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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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9개월만에 최고치… 한때 1150원선 무너져
외국계자금 이탈 가속도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하면서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섰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4원 뛴 1148.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1156.6원까지 올라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최고치를 갈아 치우기도 했다. 원화가치는 9월 들어서만 8.2%(87.1원) 하락했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으로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정부는 외환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구두 개입’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날 “최근 원화의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시장) 조정의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시장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1150원 선을 넘어서자 외환당국이 이날 오후 실제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환율 급등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 급등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아직 글로벌 신용경색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지 않은 데다 미국이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치솟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계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15일까지 1조475억 원이 빠져나가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환율 등락에 따른 단기수익을 노린 ‘핫머니’(투기성 자금) 유입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당분간 환율변동성이 커질 개연성이 높다.

실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19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리스에 대한 직접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많지 않지만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은행들이 어려워지면 그 은행들이 우리나라에서 채권을 급격히 회수할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에 반영돼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물가압력 상승과 지나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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