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컴퍼니]클린에너지·친환경 공정·사회공헌·동반성장… 녹색경영은 진화한다

  • 동아일보

주요 대기업들 효율적 에너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정유업체들 환경보호 앞장
중소기업과 ‘그린파트너십’ 맺어 함께 신사업 R&D


이제는 녹색경영이라는 말이 살짝 식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기업에 녹색 바람이 분 것이 이미 몇 년 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은 여전히 기업 경영에서 유효한 코드다. 신사업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지속가능한 경영기법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심지어 동반성장을 꾀할 때에도 녹색 경영은 핵심 지표다. 끊임없이 ‘그린 컴퍼니’로 진화하는 기업들의 모습에서 우리 산업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

○신성장동력도 녹색 열풍

녹색경영이 기업에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등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고(高)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은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과 수력발전 등 ‘그린’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풍력발전 시장만 해도 세계적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5%의 성장을 거듭해 2013년에는 1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과 바람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기업으로는 두산을 꼽을 수 있다. 30년 동안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노하우를 쌓아 온 두산중공업은 수(水)처리와 그린에너지를 통해 세계 300위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06년 뛰어든 풍력발전 사업에서도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곳도 있다. 삼성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발전시간의 불규칙성, 전압의 불균등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장기 플랜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맡고 있던 태양전지 사업을 최근 삼성SDI로 넘겼고, 이를 통해 대용량 전력저장장치와 태양전지를 연계해 발전, 전력저장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은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을 11%까지 수용하고, 전력소비 분야의 지능화를 추진해 전력설비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다. 전력피크를 감소시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경영, 환경 보전에도 앞장

정유, 석유화학, 제철 업종은 공해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해당 기업들은 오히려 친환경적인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앞서가고 있다.

최근 북극곰을 내세워 감성적인 친환경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독특한 성장동력도 키우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 요인인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해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할 수 있어 획기적인 친환경 공정으로 주목받는다.

GS칼텍스는 2002년 정유회사 최초로 에너지기술팀이라는 에너지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2008년 에너지효율화팀, 올해 온실가스 전담팀인 에너지관리팀을 각각 신설했다. 전담 조직의 주도 아래 에너지, 온실가스 절감 현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2008년부터 GS파워 등 8개 사업장이 참여하는 사내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제철소’를 목표로 하는 포스코는 설비투자액의 9% 이상을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으며, 제철소의 4분의 1을 녹지 공간으로 꾸몄다. 철강회사 중 처음으로 세계 최초로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CDM(청정개발) 사업을 등록하기도 했다. 우루과이 현지 조림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겠다는 의도다.

자동차 산업도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친환경 차량과 녹색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세계 4대 그린카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친환경 브랜드를 선포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선보인 데 이어 수소연료전지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힘쓰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를 덧붙여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환경보전을 기업의 중요한 책임으로 삼고 있는 에쓰오일은 2008년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수달, 두루미, 어름치를 보호종으로 선정해 지킴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최근에는 ‘대학생 천연기념물 지킴이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환경아카데미와 천연기념물 전시관 등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환경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놀이문화와 자연학습이 공존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세계 환경의 날 행사, 세계 물의 날 행사, 1사(社) 1천(川) 가꾸기 운동 등을 실천하고 있다.

○녹색성장에서 찾는 동반성장

중소기업과 녹색성장을 위해 협업하면서 동반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도 있다. 중소기업과 ‘그린 파트너십’을 맺어 신사업 분야에서 공동 R&D를 시작한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는 배터리 분야 5개사, 태양전지분야 5개사, 헬스케어분야 3개사, 차세대 조명분야 2개사, 그린홈분야 2개사 등 총 17개 중소기업과 차세대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테크페어를 열어 2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최근 준공된 세계 최대규모의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130여 개 중소 협력회사와 협업한 결실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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