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레이, 구미 제3 탄소섬유공장 기공식서 또 1조3000억 투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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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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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엔 한국 때문에 울었다
그래도 한국시장 구미 당긴다

한국의 값싼 섬유 때문에 눈물짓던 일본 도레이가 ‘효자’ 탄소섬유를 등에 업고 한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도레이와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28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3공장 기공식을 하고 또다시 1조3000억 원 규모의 4공장 투자계획을 밝혔다. 도레이첨단소재 제공
한국의 값싼 섬유 때문에 눈물짓던 일본 도레이가 ‘효자’ 탄소섬유를 등에 업고 한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도레이와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28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3공장 기공식을 하고 또다시 1조3000억 원 규모의 4공장 투자계획을 밝혔다. 도레이첨단소재 제공
“한국이랑 대만이 너무 강해서….”

1960년대 초 일본 도레이는 세계적인 섬유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1960년대 한국 구미공단 내 나일론 공장에 대규모로 투자한 최초의 외국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곧 복병을 만났다. 한국과 대만의 섬유업체들이 싼값과 좋은 품질을 내세워 쫓아오기 시작한 것.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이 회사에 퍼졌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도레이는 탄소섬유 같은 첨단 섬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고품격 섬유를 만들기 위해 탄소섬유 개발에만 40년을 투자했다. 멀리 내다 본 투자전략은 점차 빛을 발했다.

한때 한국과 대만 섬유업체의 맹추격으로 주춤했던 도레이가 다시 한국의 ‘큰 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도레이는 28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제3공장 기공식에서 1조3000억 원 규모의 새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공장 하나를 착공하자마자 또 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2013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경북 구미 국가산업 제5단지에 77만 m²(약 23만 평) 규모의 4공장을 짓는다. 이를 위해 경북도,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 등도 “빠른 시일 내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도레이는 단순히 첨단 ‘소재’를 만드는 기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도레이와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2022년까지 원료 분야부터 중간가공 과정, 완제품 제조업체와의 협력까지 전후방 산업이 어우러진 10조 원 규모의 ‘탄소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레이는 탄소섬유 등의 고급 생산기술을 도레이첨단소재에 대폭 이전한다.

도레이는 왜 한국에 매력을 느꼈을까. 일본 도레이 본사의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은 기공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는 삼성과 LG, 현대·기아차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즐비해 투자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완성품 분야의 다양한 톱클래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도레이의 영향력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도레이는 중간 가공 분야에서도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그 자체만으로는 산업 전반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 등 여러 재료와 섞었을 때에야 비로소 비행기와 우주산업 등에 쓰일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SK케미칼 등과 협력한다.

닛카쿠 사장은 최근 효성이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하는 등 한국 기업들이 추격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도레이는 40년 전부터 탄소섬유 개발에 매진해왔는데 처음에는 낚싯대 같은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단순히 개발에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라 싼값에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사장 역시 “제대로 된 탄소섬유를 개발하는 데는 40년이 걸렸고, 돈을 벌게 된 건 불과 6, 7년”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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