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감사 춘추전국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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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독식 없애자… ‘또다른 낙하산’ 우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낙하산 감사’ 관행을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금감원 출신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금융회사 감사들의 출신 성분이 다양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금감원 출신인 소순배 전 상근감사위원의 후임으로 정진택 생명보험협회 상무를 선임했다. 생보협회 출신이 보험사 감사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롯데손해보험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금감원 부국장 출신의 전수용 감사위원을 최근 황인곤 롯데알미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교체했다. 비금융 계열사 출신이 감사로 온 것이다. 기업은행의 신임 감사로는 이상목 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금융이나 감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어 민주당에서는 “금융감독기관 출신 인사의 낙하산을 차단하니 엉뚱하게도 청와대 출신 인사가 대형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낙하산 감사 관행 철폐로 대체 후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부 금융회사는 기존 감사를 재선임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28일 주총에서 2008년 선임된 금감원 런던사무소장 출신 김건민 씨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의 이석근 감사 내정자가 사의를 밝힌 뒤 3월 임기가 끝난 원우종 감사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 감사도 금감원 출신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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